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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땡깡 피우다? 귀여운 말 아닙니다”…나의 언어 감수성은 몇 점?

등록 :2022-09-23 22:00수정 :2022-09-23 22:46

EBS 성인 언어 감수성 테스트 정답·해설 공개
12만명 참여 평균 5.5점
“언어의 수준은 사회의 수준”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출연진이 언어 표현의 숨은 뜻을 알고 당황해하는 모습. 방송 갈무리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출연진이 언어 표현의 숨은 뜻을 알고 당황해하는 모습. 방송 갈무리

“땡깡 피우다? 전혀 귀여운 말 아닙니다.”

‘땡깡’(뗑깡)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귀엽다는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언어 표현은 어원이나 전제를 들여다보면 비하·차별·혐오 등이 숨어있는 경우가 있다. 땡깡은 뇌전증(옛 간질)을 뜻하는 일본어 ‘덴칸’에서 비롯한 말이다. 뇌전증 환자 또는 장애인의 발작 증상을 아이가 떼 부리는 모습과 동일시한 셈이다. ‘떼쓰다’, ‘생떼를 부리다’ 등으로 바꿔쓰는 게 좋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결에 쓰는 표현 가운데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표현이 없는지 살피는 능력을 ‘언어 감수성’이라고 부른다. <교육방송>(EBS)은 지난달 총 10문항으로 구성된 ‘성인 언어 감수성 검사’를 만들어 배포했는데, 최근 정답과 해설을 공개했다. 검사 참여자는 약 12만명에 달했으며, 평균 점수는 5.5점으로 집계됐다.

방송 해설은 지난 15일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10부에서 공개됐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가 패널로 출연해 오답률이 높은 문제들을 풀이했다. 가장 높은 오답률을 기록한 문제는 9번으로, 화장과 관련한 차별적 표현을 알아야 하는 내용이었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를 뜻하는데, ‘분식’은 화장을 해서 꾸민다는 뜻이다. ‘분식회계’는 화장을 하는 행위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 예다.

반면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같은 표현에 쓰인 ‘민낯’은 화장을 하지 않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제작진은 “화장을 하거나 하지 않는 행위는 개인의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행위에 가치 판단을 하는 표현들이 쉽게 사용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신지영 교수는 “화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다”며, “화장을 주로 하는 성별을 떠올려보면, 여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 게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lt;당신의 문해력 플러스&gt; 10부 방송 갈무리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10부 방송 갈무리

언어 감수성을 향상시키려면, 어휘나 문법 능력을 키울 때처럼 공부가 필요하다. 제작진이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테스트한 결과, 차별을 인식하더라도 차별이 담긴 언어 표현을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령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시민들 가운데서도, ‘파출부’와 ‘농부’가 성차별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파출부는 지어미 부(婦)를 사용해, 가사노동은 여성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전제한다. 반면 농부는 지아비 부(夫)를 써서 여성 농업인을 배제한다.

차별적 표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파출부는 가정관리사, 가사노동자 등의 표현으로 바꿔쓸 수 있지만, 농부를 대체할 표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제작진이 공개한 해설지에서는 “농부를 대신해 농업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지영 교수는 “지금은 ‘간호사’라고 부르는 직업의 처음 명칭은 ‘간호부(婦)’였다. 그런데 여성만 간호사를 하는 건 아니니까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간호원’으로 바꿨고, 나중에 전문성을 인정해 ‘간호사’로 변경한 것”이라며, “보통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한다.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언어의 수준은 사회의 수준이다. 우리의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언어의 수준을 높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lt;당신의 문해력 플러스&gt; 10부 방송에 출연한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모습. 방송 갈무리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10부 방송에 출연한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모습. 방송 갈무리

언어 감수성 검사 정답과 해설 전문은 <당신의 문해력 플러스> 누리집(home.ebs.co.kr/yourliteracyplus)에서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방송은 교육방송 유튜브 채널(youtu.be/IdSloei4mnQ)에서 다시볼 수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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