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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단독] 파헤쳐진 ‘세계 최대 고인돌’…전문가 없이 다시 박아넣었다

등록 :2022-08-07 18:34수정 :2022-08-29 15:54

복구 불가능…국가 사적 지정 무산될 듯
핵심 묘역 파괴로 도기념물 해제 가능성
김해시, 경남도 문화재위에 책임 떠넘겨
문화재청 “고발 불가피” 법적 조치 나서
지난 5일 김해 구산동 지석묘 유적 현장. 정비 업체가 무단으로 뽑아낸 고인돌 아래 박석들이 파헤쳐진 묘역에 널려있는 모습이다. 김해시 제공
지난 5일 김해 구산동 지석묘 유적 현장. 정비 업체가 무단으로 뽑아낸 고인돌 아래 박석들이 파헤쳐진 묘역에 널려있는 모습이다. 김해시 제공

“원형 복구는 불가능해요. 유적 핵심이 뭉개진 만큼 국가사적 지정은 어렵다고 봐야지요.”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은 한결같았다. 지난 2006년 발견 당시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로 확인되면서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해온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현재 경남도 기념물)는 지자체의 무리한 복원 공사로 나락에 떨어지게 됐다.

김해시가 업체에 의뢰해 공기에 쫓기며 복원 정비 공사를 벌이다 핵심인 상석 아래 묘역 박석 등을 전문가 검토와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 없이 무단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원형을 멸실시킨 유적 파괴 여파로 사적 지정 작업이 사실상 무산되고, 기존 지방기념물도 경남도에서 해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여, 구산동 고인돌은 문화재 지위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경남 김해 구산동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 유적 현장. 중앙부의 거대한 상석을 중심으로 주위에 막대한 분량의 박석들이 촘촘하게 땅에 박힌 채 길이 86m, 넓이 1652㎡(500여평)의 대규모 묘역을 형성한 얼개를 보여준다. 최근 정비업체의 훼손 사태가 일어나기 전 찍은 사진이다. 문화재청 제공
경남 김해 구산동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 유적 현장. 중앙부의 거대한 상석을 중심으로 주위에 막대한 분량의 박석들이 촘촘하게 땅에 박힌 채 길이 86m, 넓이 1652㎡(500여평)의 대규모 묘역을 형성한 얼개를 보여준다. 최근 정비업체의 훼손 사태가 일어나기 전 찍은 사진이다. 문화재청 제공

지난 5일 낮 구산동 지석묘의 훼손 현장을 둘러보고 온 문화재위원들은 “국가사적 지정의 선결 조건인 유적의 진정성과 역사성이 결정적으로 훼손됐고, 원상 회복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사적 지정을 위한 준비 작업이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화재청은 지난 5일 매장·사적 분과 문화재위원들과 직원을 현장에 급파해 무단 현상변경으로 문화재 관련 법을 어긴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이번 주 안에 경남도와 김해시를 상대로 정비사업 경위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매장 문화재 유존 지역을 원형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 관련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한 만큼 고발이 불가피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훼손 규모와 남아있는 지하 유적을 파악하기 위한 긴급 발굴조사도 곧 시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훼손 사실이 드러난 뒤 찍은 김해 구산동 지석묘 유적 현장. 거대한 상석 왼쪽에 업체가 무단 복원한 박석들로 이뤄진 묘역이 보인다. 정비업체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박석들을 원래 자리에서 무더기로 뽑아내어 씻은 뒤 다시 박아넣는 방식으로 무단 복원했다. 문화재청 제공
훼손 사실이 드러난 뒤 찍은 김해 구산동 지석묘 유적 현장. 거대한 상석 왼쪽에 업체가 무단 복원한 박석들로 이뤄진 묘역이 보인다. 정비업체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지 않고 박석들을 원래 자리에서 무더기로 뽑아내어 씻은 뒤 다시 박아넣는 방식으로 무단 복원했다. 문화재청 제공

김해시 쪽은 <한겨레>가 5일 유적 훼손 사실을 처음 보도한 뒤 파문이 커지자 입장문을 내어 “경남도의 현상변경 허가만 받고 문화재청 협의를 빠트렸다”고 정비사업 과정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햇빛, 비바람에 훼손된 (고인돌 상석 아래) 바닥돌을 하나하나 손으로 빼 고압 세척, 표면 강화처리한 뒤 다시 그 자리에 박아넣었고 중장비는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김해시 쪽의 주장에 대해 현상변경 허가를 내준 경남도 문화재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한 위원은 “원형이 남아있던 박석과 기단을 들어내라고 허가해준 일이 전혀 없다. 후대 유실되어 사라진 상석 주위의 일부 영역에 한정해 문화재 당국과의 협의 아래 새 부재로 박석과 기단 일부를 재현할 것을 권고한 것인데, 시 쪽이 경위를 왜곡하며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경남도와 김해시 사이에 앞으로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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