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에서 악역 강해상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에서 악역 강해상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바야흐로 ‘손석구씨’ 전성시대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의 ‘구씨’로 대중의 추앙을 받더니, 18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의 ‘강해상’으로 또 한번 화제 몰이를 할 태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촬영차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배우 손석구는 이날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와 영화 모두 반응이 좋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여기 한달 반 동안 있느라 체감 못하고 있다”며 “어서 한국으로 돌아가 열기를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lt;범죄도시2&gt; 한 장면.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 한 장면.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강해상은 전편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악당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을 납치·살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다. 손석구는 “제가 거친 말과 액션 연기에 끌리는 편이 아닌데, 한동안 악역이 많이 들어오던 때가 있었다”며 “할 거면 가장 센 걸 하고 당분간 악역은 그만하자는 생각에 수락한 게 강해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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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시리즈 제작과 주연을 겸한 마동석은 “윤계상이 호랑이라면 손석구는 사자”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손석구는 “두 캐릭터의 특성보다는 그만큼 서로 다르다는 뜻으로 한 얘기일 것”이라며 “둘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의 요소겠지만, 이기고 지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재미를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lt;범죄도시2&gt; 한 장면.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 한 장면.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석구는 <범죄도시> 1편을 정말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2편을 찍는 동안에도 심심할 때마다 1편을 봤단다. 하지만 강해상을 연기하면서 장첸과의 차별화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랬다면 온전한 강해상이 아니겠죠. 장첸의 강해상이겠죠. 저는 오로지 강해상만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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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캐릭터를 맡으면 열쇳말부터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한 강해상의 열쇳말은 ‘울분’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10대 후반 20대 초반, 나만 못난 것 같은 자격지심을 느끼던 시절의 울분과 화를 떠올렸다”고 했다. 외적인 모습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의상과 분장을 두고 수없이 회의를 거듭하며 고심했단다. 촬영 며칠 전까지도 머리를 길렀다가 직전에 짧게 잘랐다. 검은 피부색을 위해 1년간 태닝숍에 다녔고, 몸무게도 10㎏이나 늘렸다.

영화 &lt;범죄도시2&gt;에서 악역 강해상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에서 악역 강해상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 에이비오(ABO)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중시하는 건 현실감이다. 증량을 위해 운동할 때도 일부러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멋있는 몸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해외에서 호의호식하는 강해상은 잘 먹으면서 무식하게 운동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했죠.” 액션 연기도 “<와호장룡>처럼 합이 잘 맞는 춤 같은 액션이 아니라 1번도 리얼함, 2번도 리얼함, 3번도 리얼함을 추구했다”고 했다. 손석구는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구씨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구제시장에서 산 헌 티셔츠를 사포질하고 락스물에 빨아 잔뜩 닳게 만든 뒤 입었다. 구씨의 화려했던 과거와 남루한 현재를 함께 녹여내고자 100만원 넘는 명품 셔츠를 일부러 더럽혀서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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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상과 구씨는 닮은 듯 다르다. 어둠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점은 같지만, 강해상과 달리 구씨는 사랑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두 캐릭터를 연결 지어 구씨의 과거가 강해상이라는 ‘구씨 유니버스’라는 말이 떠돌기도 한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한참 전에 준비한 건데,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나오면서 색다른 재미를 드리게 됐네요.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게 된 데 대해 저도 만족합니다.”

드라마 &lt;나의 해방일지&gt;에 구씨 역으로 출연 중인 손석구(왼쪽). 제이티비시(JTBC) 제공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구씨 역으로 출연 중인 손석구(왼쪽). 제이티비시(JTBC) 제공

그는 마동석에게 특히 고마움을 나타냈다. “동석이 형 안에는 힘센 하마와 영리한 여우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연기도 리얼하게 잘하면서 뒤에선 제작자로서 수많은 걸 체크해요. 형한테 진짜 많이 배웠어요.” 마동석은 틈만 나면 그에게 “석구야, 너도 나랑 피가 같아. 연기뿐 아니라 연출, 제작 등등 할 수 있는 거 다 해”라며 제작 등에 관해서도 가르쳐줬다고 한다. “형한테 과외 받는 느낌이었죠. 배우 이상의 경험이었어요.”

손석구는 실제로 얼마 전 연출 데뷔를 치렀다. 지난해 말 국내 오티티 왓챠가 공개한 단편영화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재방송>이라는 에피소드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것이다. 이를 두고 그는 “30대에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노후 옵션을 하나 만든 것 같았어요. 연출이라는 옵션이 없으면 연기가 재미없어져도 계속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젠 갈아탈 배가 생긴 거죠.” 그는 지금도 연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연출과 관련해) 동석이 형과도 얘기 많이 하고 있어요. 글(대본)부터 써야 하는데, 요즘 촬영이 바쁘니까…. 사실 올해 하나 하고 싶었는데…, 빨리해야죠.”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