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      전 동 균 한밤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손톱을 깎고떨어진 머리카락을 화장지에 곱게 싸 불사른다엉킨 숨을 풀며씻은 발을 다시 씻고손바닥을 펼쳐손금들이 어디로 가고 있나, 살펴본다아직은 부름이 없구나더 기다려야겠구나, 고립을 신처럼 모시면서침묵도 아껴야겠구나흰 그릇을 머리맡에 올려둔다찌륵 찌르륵 물이 우는 소리 들리면문을 조금 열어두고 흩어진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불을 끄고 앉아나는 나를 망자처럼 바라본다 초록이 오시는 동안은 -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창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