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권일 사회비평가가 고른 책들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유유정 옮김·문학사상사·1989
“소위 '하루키 붐'의 시작인 동시에 1990년대 한국사회를 풍미한 운동권 후일담 소설을 이미 완성된 형태로 선보였던 작품. 원래 제목인 '노르웨이의 숲'보다 한국어판 제목인 '상실의 시대'가 더 유명할 정도로, 동시대 한국 청년들의 어떤 보편적 감수성을 대변해주었다.”
<퇴마록>이우혁 지음·들녘·1994
“누적 판매량 1000만부(2013년 기준)를 넘어 장르 소설의 시장 잠재력을 보여준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대표작. 이후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로 이어지는 판타지 소설 붐의 효시격이기도 했다. 문예지 및 언론의 후광이나 문단의 예술적 보증 없이 독자들의 지지만으로 이룬 성과이기에 의미가 있다. ”
<소설 동의보감> 이은성 지음·창작과비평사·1990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한 대체역사물 또는 팩션(faction)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최근의 자유분방한 팩션들에 비하면 내용이 무겁고 신중하다. 하지만 소설 동의보감 역시 공식적으로 기록된 일부 사안 외에는 플롯의 대부분이 작가의 창작이기에 큰 틀에서 팩션에 속한다. 드라마 등 미디어믹스의 소스로도 확장성을 발휘하기 좋은 장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김진명 지음·해냄·2003
“'민족주의 음모론'이 상업적으로도 얼마나 폭발력이 강한 서사인지를 증명한 소설. 오욕과 수난의 민족사를 절대적 무력, 즉 핵병기를 통해 씻어낸다는 이야기가 그토록 많은 독자들에게 소구했다는 점은 단순히 베스트셀러의 성공담으로만 환원될 수 없다. 그리고 10여년 뒤 황우석 사태 당시 '선진국의 질투와 음모로 황우석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는 음모론의 창궐은 소설을 지지하던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내용과 상업적 성공은 그 자체로 탁월한 한국학 교재다.”
<7막7장> 홍정욱 지음·삼성·1993
“어떤 사회적 성취도 이룬 적 없는 젊은이의 자서전이 출간되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 사회가 병들어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인의 개천용 증후군, 학벌만능주의, 하버드 선망이 만들어낸 당대의 부끄러운 스냅샷으로서 명확히 기록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정신과 자연> 그레고리 베이트슨 지음·박지동 옮김·까치·1998
“이중구속이론으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말년에 대중을 위해 쓴 에세이. 그는 "통섭"이란 말이 유행하기 수십 년 전에 이미 통섭적 통찰이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경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자연현상에 대한 환원주의를 거부하면서, 베이트슨은 생명체의 발생과 진화, 정신과정의 패턴과 오류를 종횡무진한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지구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연결하고 아우르는 우주적 사색으로 집성되었다.”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가리타니 고진 지음· 김경원 옮김·이산·1999
“가라타니 고진의 이름이 아직 생소했던 시절, 그의 사유를 한국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책. 그는 평생에 걸쳐 칸트와 마르크스에 천착했는데,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은 가라타니의 마르크스 읽기를 잘 보여주는 적절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라타니의 유통중심적 마르크스 해석에는 이론적, 실천적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나 개념을 가지고 놀며 연결짓는 특유의 서술은 왜 그의 사유가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는지 알게 한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슬라보예 지젝 지음·이수련 옮김·인간사랑·2002
"철학자라기보다 엔터테이너"라고 폄하하고 조롱하는 사람도 많지만 슬라보예 지젝이 젊은 시절 펴낸 저작에 담긴 내공은 서슬푸르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도 그 중 하나다(2002년판의 한국어 번역은 유감스럽다). 지젝의 글은 이항대립적 폐쇄회로를 얼음도끼로 깨부수는 쾌감을 준다. 자유주의자(리버럴)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 지젝만큼 능란한 장인은 없다. 지젝은 라캉의 사도, 라캉의 주석가가 아니라 라캉의 몸을 찢고 튀어나온 에일리언이다. 지젝은 지젝이다. 최근의 책들이 지나치게 동어반복적이란 게 흠이다.”
<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문학과지성사·2014
“음모론에 대해 쓴 한국어 텍스트 중 가장 정교한 논의를 담은 책. 개념사용이 명쾌하며 문장까지 정갈하다. 완성도에 비해 너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울 정도다. 사회학자 전상진은 이 책에서 음모론을 '고통의 신정론'으로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이유 없는 고통을 가장 못견뎌하는데, 음모론은 그런 고통에 대한 가장 단순하게 명쾌한 설명을 제공해준다는 것. 음모론, 반지성주의, 탈진리(post-truth) 등 당대 현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문화, 이데올로기, 정체성> 스튜어트 홀 지음·임영호 옮김·컬처룩·2015
“1990년대 한국의 문화연구(cultural study) 붐은 당시의 대중문화 폭발과 맞물려 많은 문화연구자들과 저술, 그리고 학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문화연구 고유의 자유롭고 진보적인 기풍은 명민한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1990년대 직간접적으로 문화연구의 세례를 받은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성과를 내고 있다. 탁월한 문화연구 이론가였던 스튜어트 홀의 글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시대의 산물이다.”
<캘리번과 마녀>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황성원 외 옮김·갈무리·2011
“최근 번역된 많은 페미니즘 서적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역작.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는 자본주의의 시초축적 과정에서 벌어진 여성에 대한 폭력을 낱낱이 해부한다. 그 작업은 단순히 마르크스가 해놓은 작업에 남성 노동자보다 차별받았던 여성 노동자의 역사를 덧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자궁, 즉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것이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필수조건임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이는 '생산적 노동'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 개념에 대한 비판이면서 자본주의의 진보성 신화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
<나의 서양미술순례> 서경식 지음·박이엽 옮김·창작과비평사·199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창작과비평사·1993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지음·김경섭 외 옮김·김영사·1994
<자본론> 카를 마르크스 지음·김수행 옮김·비봉출판사·1990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라스 러미스 지음·최성현 외 옮김·녹색평론사·2002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2010
<액체근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이일수 옮김·강·2009
<언론플레이>강준만 짐음·풀빛·1996
<박정희 평전>
<오월의 사회과학> 최정운 지음·풀빛·1999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2007
<만들어진 현실> 박상훈 지음·후마니타스·2009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지음·후마니타스·2002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삼인·2006
<제3의 길> 앤서니 기든스 지음·한상진 외 옮김·생각의나무·1998
<해방전후사의 인식> 송건호 외 지음·한길사·1989
<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박정애 옮김·큰나·2002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교양인·2005
<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 지음·돌베개·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