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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동아시아역사논쟁,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세계사

등록 :2017-01-05 18:50수정 :2017-01-0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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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연구 44: 제13권 제4호 -2016년 겨울호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엮음/한울·2만2000원

현재 한국과 동아시아의 역사논쟁은 현실 정치와 맞물려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1천만 촛불시위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 문제와 국정교과서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때마침 ‘동아시아역사논쟁: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특집이 계간지 <마르크스주의 연구>(2016년 겨울호)에 실렸다. 영국 런던대 오언 밀러 교수가 기획한 특집은 5편의 논문으로 구성된다. 각각 동아시아 역사를 보는 시각과 <제국의 위안부>(박유하 지음) 논쟁을 다루는 밀러와 정영환의 논문을 중심으로 이 기획특집을 살펴보았다.

밀러는 동아시아 역사 논쟁의 폭을 넓히자고 주장한다. 그간의 논쟁이 강제노동, 전쟁범죄, ‘성노예’, 부역자 등 주로 일본 제국주의와 관련해 벌어졌다면서, 전후 냉전시기 동아시아의 과거사 전반이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밀러는 중국과 북한의 사회주의를 스탈린주의의 아류라고 규정하면서 비판자들에 대한 대대적 억압과 급속한 스탈린주의적 공업화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한편, 한국·일본·대만의 반공주의적 대량학살과 반대파 탄압도 도마에 올린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 모두의 과거사를 비판적으로 다루자는 이 주장은 북한의 과거사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한국 역사학계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또한 밀러는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이나 탈식민주의 역사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사회적·정치경제적·지정학적 차원들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부활을 통해 강조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부분적인 사례들을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강조하다 보니 역사논쟁이 해결되지 않고 소모적이거나 격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은 그 좋은 예다. 지은이는 조선인 ‘위안부’가 다른 아시아여성 ‘위안부’와는 다른 ‘제국의 위안부’였고, ‘위안부’에 대한 ‘법적책임’이 일본 군부가 아닌 매춘업자에 있으며,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 병사’와 ‘동지적 관계’였다고 주장한다. 이번 특집에 실린 논문에서 정영환은 이러한 박유하의 주장은 역사적 실체와 사용자료의 오독에 근거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해 신동규는 <제국의 위안부>의 논리가 역사적 사실을 ‘상대화’한다는 점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프랑스의 ‘부정주의’나 일본 우익의 역사수정주의와 ‘이론적 유사성’을 지닌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부정주의는 유대인 학살 규모를 축소하거나 유대인 집단수용소 내의 폭력행사가 독일군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수감자들이었음을 부각해 나치의 전쟁범죄를 상대화한다.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 동원규모를 줄이려 하거나 ‘위안부’에 대한 직접적 책임자로 조선인 ‘매춘업자’와 ‘포주’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부정주의와 비슷한 논리구조를 띤다. 부정주의는 1990년대에 일본에 수입되어 일본의 전쟁과 식민지 책임을 부인하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시야를 세계사적으로 넓혀서 보면, 탈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제국의 위안부>가 결과적으로 일본의 극우 민족주의의 역사수정주의를 합리화해준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것이다.

동아시아 역사논쟁은 정치 현실과 맞물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시야를 세계사로 넓히는 것이 논쟁이 소모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강성호 국립순천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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