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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전세계 ‘실업청년’ 7천만명…마법의 처방 어디에

등록 :2016-03-31 20:39

대학 졸업이 곧장 취업으로 이어지던 공식은 깨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탓하거나 증오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 복잡다단한 원인들이 얽히고설킨 청년실업의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조정자’로 나서서 기업과 교육계, 청년 등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게 하고, 작은 실행 방안부터 찾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학 졸업이 곧장 취업으로 이어지던 공식은 깨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탓하거나 증오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 복잡다단한 원인들이 얽히고설킨 청년실업의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조정자’로 나서서 기업과 교육계, 청년 등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게 하고, 작은 실행 방안부터 찾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 시대 가장 난해한 시험” 청년실업
답없는 문제 해답 찾는 책 3권 나란히

학교-직장 사이 ‘숙련 불일치’ 등 난제
정부 주도 기업·학교·청년 머리 맞대야

단결과 노조 필요성 일깨우는 목소리
그냥 즐겁게 살자는 ‘단념’ 주장도
청년실업 미래보고서
피터 보겔 지음, 배충효 옮김/원더박스·2만원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
바꿈청년네트워크 지음/궁리·1만5000원

희망난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민음사·1만7000원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젊은이들을 겨냥했음 직한 특유의 스타카토에서 마크 트웨인은 패기와 시도와 모험을 권장하고 고무하고 선동한다. 그 나이에 하지 않으면 영영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그것은 유사 이래 거의 줄곧 청년의 특권이었다. 마크 트웨인이 살다간 ‘벨 에포크’(좋은 시대)뿐 아니라 1990년대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낭만은 사라졌다. 청년들은, 탐험은 고사하고 ‘안전한 항구’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청년’과 ‘실업’이 한데 묶여 광범위하게 쓰이고, 그렇게 불리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7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들에겐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안정된 직업이 없으니 나머지는 사치일 수밖에. 삶의 질, 자존감은 바닥이다. 실업의 트라우마는 가족과 이웃, 사회에 ‘전염’된다. 이 전혀 새로운 사회상을 상징하거나 자조하는 표현들은 이미 차고 넘친다. 청년실업은 어느덧 “이 시대의 가장 난해한 시험”(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돼버렸다.

보기 드물게, 청년실업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룬 책 세권이 ‘동시 출간’된 것 자체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징표로 읽힌다.

인적 자원과 노동시장 전문가로 30대 학자인 피터 보겔의 <청년실업 미래보고서>는 종합 리포트이면서 아이디어 뱅크에 가깝다. 원제가 <실업세대?>(Generation jobless?)인 이 책은 다양한 조사·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청년실업의 원인을 분석하고 묵시록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해결 방안이 있고, 기회는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라도 귀가 솔깃해질 이 말은, 책을 읽어 보면 허언은 아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일지 모를 ‘실업세대’는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대침체 이후 출현했다. 중국처럼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나라들에서 노동시장의 총수요가 급감했다. “모든 청년실업의 4분의 1이 금융위기가 공식 종료된 시점 이후에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보기술(IT)의 발전은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여전히 일은 있지만, 일자리는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인 풀타임 정규직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가장 큰 타격은 노동시장 진입을 앞둔 청년들에게 돌아간다.

‘수요’ 못지않게 ‘공급’ 쪽에도 원인이 있다. 세계적으로 청년 인구가 늘고, 구직자가 고학력임에도 기술과 실무 경험이 부족한 것은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업들의 요구와 구직자의 역량 사이에는 구조적 불일치 또는 괴리가 존재한다. 이 ‘숙련 불일치’에는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현 교육제도가 제공하는 기술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도 포함된다. 교육 내용이 구닥다리라는 뜻이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가 주목받는 것은 이 대목에서다. 이들 나라는 청년실업률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여느 유럽 국가와 달리 고용시장에서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균형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일찌감치 대학/취업으로 교육을 이원화하고, 견습제도를 통해 그 괴리와 시차를 줄여온 결과다.

상당수 국가들에서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책으로 ‘청년창업’(스타트업)을 꺼내들고 있지만, “청년창업이 청년실업의 실행 가능한 해결책임을 실증적 증거를 통해 밝힌 연구 성과를 이제껏 접한 적이 없다”. 물론 “다양한 전략 중 하나의 중요한 처방으로” 지원은 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숙련 불일치’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교육의 변화다. ‘학교에서 직장으로’(education to employment, E2E)가 매끄럽게 이뤄지려면 교과과정을 재조정해 학생과 노동시장의 간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론적인 ‘내용’에 치중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의 능력을 키우는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교사의 교수법 변화도 필수적이다. 실천에 의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현장 기술 훈련이 결합되면 더 바람직하다.

청년실업의 해소에는 “민간기업의 협조가 필수다.”(로랑 프렉스 네슬레 부사장) 학생들을 경영 현장으로 초대해 일찌감치 업무를 경험하게 하는 직업훈련과 견습제도의 시행은 기업 몫이다. 네슬레가 2014년 시행한 ‘청년이 필요합니다’ 캠페인은 좋은 사례다. 기성세대와 달리 즉각적인 반응과 보상, 유연한 근무, 온·오프라인 넘나들기, 세계화에 익숙한 새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직 문화도 그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청년실업 해소에) 손을 댈 만한 수단과 권력 모두를 지닌 정부”의 대응이다. 지은이 보겔은 정부가 교육계·기업·중소상공인·국제기구·청년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규제가 아니라 지원을 통해 해결 방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덴마크·네덜란드가 시행한 ‘유연안정성’ 모델, 독일의 ‘교환을 통한 통합’ 프로그램과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취업을 고무·촉진하고, 노동시장에서 위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체제를 마련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청년실업 해소에 ‘단 하나의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즉각 실행 가능한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합심이 비결이냐고 맥빠져 할 독자도 있겠지만, 각종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기업 등의 선행 사례를 꼼꼼히 살펴보면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사장 백승헌)의 청년네트워크가 쓴 <세상을 바꾸는 청년 사회 입문서>는 노동과 인간, 대학과 평화를 주제로 그들이 공부하고 경험한 우리 사회를 말한다. 특히 저임금, ‘열정페이’ 등 청년의 “노동을 아름답지 않게 만드는 것들”에 맞서기 위해선 노동조합을 구심으로 하는 단결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실의 온갖 살풍경을 고발하고 ‘노오오오력’의 허망함을 토로하는 그들이지만, 마법과 같은 해법이 존재할 수 없는 또다른 현실은 인정한다. 청년실업의 해소를 위해선 “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쓴 <희망난민>은 일본 청년 관찰·연구서다. 2009년 114일 동안 망망대해 ‘피스보트’에서 함께 생활하며 관찰한 일본의 젊은이들은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좋은 대학=좋은 직장(회사)=좋은 인생’이라는 공식의 붕괴를 경험한, “현실과 희망의 격차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희망난민)들이다. 지은이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단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돈이 없어도 친구들과 나름대로 즐겁게” 살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보다 선배인 사회학자는 책의 맨 뒤 ‘해설 혹은 반론’에서 저자에게 묻고 있다. “‘저임금에 불안정한’ 노동, 그 정도가 지나치게 혹독할수록 당사자가 시정을 요구하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고.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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