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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이 가을, 늙음과 죽음을 사유하다

등록 :2014-11-20 20:58

늙어감에 대하여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돌베개·1만2000원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윌리 오스발트 지음, 김희상 옮김/열린책들·1만1800원

죽음과 늙음에 관한 책이 두 권 나란히 나왔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린다고 하면, 풋내 나는 겉멋이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두 책은 경험 또는 사유의 밀도에서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 있다.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는 하나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아흔살의 아버지가 어느 날 니체가 말한 ‘자유죽음’(Freitod)을 결심한다. 여동생과 아내를 먼저 보낸, 홀로 남은 자의 고통이 힘겨워서일 수 있겠지만, 죽음을 망연히 기다리지 않고 명료한 의식으로 스스로 선택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품위 있게 죽고 싶어서였다. 둘째 아들인 필자는 이 과정을 1년 동안 관찰했다. 아니, 아버지의 죽음에 동참했다.

특히 아버지는 스스로 죽음을 예정한 목요일을 하루 앞두고 첫째 아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화해와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두 사람은 아들의 사춘기 시절 사이가 틀어진 뒤 평생 각각 참호에 몸을 숨기고 있던 사이였다. 당일 오전 아버지의 집 거실에 아버지와 두 아들이 모였다. 편안한 죽음을 도울 사람까지, 네 사람은 와인으로 건배를 했다. 아버지는 독배를 마시고 깨어나지 않을 잠에 빠졌다.

죽음이 종착역이라고 한다면, 늙음은 종착역을 향한 복잡하고 긴 여정일 것이다. 장 아메리(1912~1978)는 <늙어감에 대하여>에서 깊게 궁구했다. 어설픈 위로의 말을 걷어차고 곧바로 늙음의 비참함에서 시작한다. 아메리는 누구인가. 삶의 이력만으로도 그 앞에서 모자를 벗어야 할 사람이다. 레지스탕스로 싸웠고, 게슈타포에 체포돼 끔찍한 고문을 받았다. 타성을 거부하는 사유와 글쓰기로 전쟁 이후 삶을 채웠고, 66살 나이에 스스로 자유죽음을 택했다.

50대 중반에 쓴 글에서, 아메리는 시간, 몸, 타인의 시선, 죽음 등의 순서대로 살폈다. 늙어 비로소 시간의 무게를 느끼고, 인생은 뭉쳐진 시간의 덩어리일 뿐이라 일갈한다. 영화 <은교>의 첫 장면처럼 늙어 거울 앞에 서면 ‘나 아닌 나’를 발견한다. 갈수록 자신을 몸으로만 바라보고, 몸은 감옥이 된다. 늙음은 미래의 가능성이 닫힌 것으로, 타인의 시선은 그에게 노인이라는 선고를 내린다. 책의 막바지, 아메리는 죽음 또는 죽어감이라는 문제에 도전한다. 매일 죽음과 맞닥뜨려야 했던 아우슈비츠의 체험은 그가 사유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된다.

유럽의 정치, 철학, 문학적 맥락에 기반한 탓에 일정한 거리감을 느끼는 텍스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튼, 결국 늙음과 죽음에 대한 사유는 곧 삶에 대한 궁구일 터. 역시 스산한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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