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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영화 이어 소설로…김근태 다시 부른다

등록 :2012-11-26 20:11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을 주인공 삼은 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를 낸 작가 방현석(오른쪽)씨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김 의장의 부인 인재근 의원이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사진작가 최경자씨 제공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을 주인공 삼은 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를 낸 작가 방현석(오른쪽)씨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김 의장의 부인 인재근 의원이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사진작가 최경자씨 제공
방현석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고인의 글과 가족 증언 토대로
어릴때부터 1985년까지 재구성
작가 “그의 순정한 영혼 그렸다”
부인 인재근 “글 읽고 많이 울어”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근태 선생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이였습니다.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뭐라 하셨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예술가보다 순정한 삶을 살다 간 고인의 영혼을 제대로 그리고자 저 나름대로는 혼신의 노력을 다 기울였습니다.”

영화 <남영동 1985>가 화제 속에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주인공인 고 김근태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의 삶을 그린 소설이 출간되었다.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의 작가 방현석씨가 쓴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이야기공작소 펴냄)가 그 작품이다.

<…내 이름을 부를 때>는 김근태 의장의 어린 시절부터 학자의 꿈을 접고 학생운동에 투신한 대학 시절, 1970년대 전체에 걸친 장기 수배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그리고 마침내 남영동 대공분실에 붙들려 가 끔찍한 고문을 당한 1985년까지를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작가는 단행본 <남영동>을 비롯해 김 의장이 직접 쓴 글과 강연, 부인 인재근 의원과 누이 등 가족·친지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김 의장의 삶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고, 필요한 부분에는 작가적 상상력을 덧입히는 방식을 통해 이 소설이 논픽션과 픽션의 장점을 두루 아우르는 작품이 되도록 했다.

“우리 현대사를 통틀어 보아도 김구 선생 이후 김근태 의장만큼의 품격과 긍지를 지닌 지도자도 드물었습니다. 그것은 김 의장 개인의 몫일 뿐만 아니라 숱한 고난과 시련 끝에 우리 사회 전체가 이룬 정신의 높이였다고 생각합니다.”

26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작가 방현석씨는 “특히 다음달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젊은 유권자들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이들의 피와 눈물과 희생 위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세워진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 의장의 부인 인재근 의원은 “처음 김근태씨에 대한 소설을 쓴다고 했을 때 혹시라도 너무 과장해 그릴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원고를 읽어 보니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그대로 그려져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주인공 김근태씨가 직접 쓴 자서전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 걸 보면서 아주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작가 방씨는 “김 의장은 생전에 우리 문학의 나태와 무능, 진부함과 무책임을 참을 수 없노라고 질책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쓴 바 있다”며 “작가로서 나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허구를 통해 사실 뒤의 진실을 드러내고 사실을 통해 허구의 힘을 극대화하려 한 이 소설의 형식과 방법에 동료 작가들이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곡의 현대사를 통과해 오면서 이타적인 일에 헌신하다가 희생되고 고통받았지만 그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다른 많은 이들의 삶 역시 앞으로 다른 형식의 글을 통해 되살려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이 말은 남영동의 ‘지옥’을 벗어나 서울구치소로 옮겨 온 주인공 김근태의 내면을 묘사한 소설 마지막 장면의 메아리처럼 들린다.

“나는 입을 달싹거려 한 사람씩 불렀다. 내가 지켜 낸 이름과 지켜 내지 못한 이름, 나를 모욕하고 유린했던 이름, 끝없이 그리운 이름, 이름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안간힘으로, 그들이 불러준 내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그해 겨울 나는 죽지 않았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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