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록 5권 출간
회화록 5권 출간

1968~2007년 대담·토론·인터뷰 묶어
지식인 133인과의 논쟁 읽는 재미 쏠쏠

우리시대의 대표 논객이자 실천하는 지식인의 대명사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회화록(창비)이 5권으로 묶여 나왔다. 회화록이니 글이 아니라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 등 말로 발언한 내용을 모은 것이다. 창비 편집인 3년차이던 1968년 1월 선우휘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의 대담으로 시작해 2007년 6월 인터넷통일언론기자단과의 간담회까지 40여년 세월 그가 말로 우려낸 사유를 오롯이 담았다.

이 회화록은 백 교수가 지난 40여년 창비를 무대로 사회운동이나 지식계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점에서 출판사 표현대로 ‘웅장한 집단지성의 기록’이라고 할 법하다. 백철 김동리 선우휘 박현채 등 작고인사를 비롯해 리영희, 강만길, 고은, 김지하, 이매뉴얼 월러스틴, 프레드릭 제임슨, 가라타니 고진 등 국내외 지식인 133명(해외 12명)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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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주의 등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한 이론적 화두를 내어놓고 있는 ‘젊은 논객’ 백낙청의 지적 여정의 흐름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는 점도 큰 미덕이다. 30살의 청년평론가 백낙청은 선우휘와의 대담에서 사르트르(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문학을 추종할 경우 결국 프롤레타리아혁명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노작가의 우려에 대해 “요즈음 특히 좌경하고 있는 사르트르의 모든 행동을 우리 지식인들이 맹종한다면 우리 지식인들도 그에 못지않게 좌경하리라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귀결이겠지요”라고 반응한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던 시절 수세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진보적 지식인의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4년 전 하정일 원광대 교수와의 대담을 보면, 그가 60년대 시민문학론을 내세운 동기 가운데 하나는 “참여문학론에 쏠리는 예봉을 피하려는 전술적인 고려”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또 이 대담에서 창비 창간호 권두논문에서 문학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참여문학론에 비판적 견해를 취한 사실을 언급하며 문학의 정치적 도구화에 반대한 입장은 옳았으나 우리 민족문화의 전통이나 민중의 삶에 기반을 두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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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을 즐긴다는 그가 어떻게 토론을 통해 자기 생각의 공감을 넓히는지를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그는 상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치받지 않는다. 그 주장 가운데 자신이 동의하는 부분을 먼저 밝힌 뒤 이를 자신의 생각으로 덮어버리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상대에 맞서 주장을 펴기 앞서, “그 점은 저도 동감입니다만” “물론 저도 거기에 동감인데요” “그건 그렇지요, 그러나”와 같은 표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40여년 백 교수와 얼굴을 마주한 쟁쟁한 지식인들의 사유와 인격의 함량을 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여문학의 본질은 휴머니즘이라는 문학비평가 백철의 토로에 싸움닭의 전투적 의지로 달려드는 작가 김동리나, ‘민족문학’ 아닌 문학도 의미가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1976년 대담 당시는 고려대 교수)의 ‘분투’를 살피는 것이 그런 예일 것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