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나무-인간 인지능력의 생물학적 뿌리> 움베르또 마뚜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최호영 옮김. 갈무리 펴냄. 1만5000원
인간은 어떻게 ‘앎’을 구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있어,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조건을, 맑스는 계급적 조건을,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적 조건을 중요하게 여겼다. 세계적인 신경생물학자인 두 명의 저자는 인식자의 ‘생물학적 조건’에 주목한다. 이들이 보기에, 생물은 자신의 인식 조건을 스스로 생성하고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존재다. 저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를 ‘체험’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세계에 집착하지 말라, 인간은 개별적인 ‘인식 활동’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저자들은 이렇게 요약한다.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 불가의 화두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인식자의 ‘주체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환경이 개체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던 전통 다윈 생물학을 뒤엎는 혁명적 발상으로 꼽힌다. 우리 머릿속 일들이 사회, 세계와 어떻게 만나는지, 풍부한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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