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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쓰는 테크닉보다 ‘모범글’ 보여주기

등록 :2007-03-08 19:58수정 :2007-03-08 20:03

「글쓰기의 전략」
「글쓰기의 전략」
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글쓰기의 전략>

인어공주는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목소리를 잃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잘 쓸 수만 있다면 목소리를 잃어도 좋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글을 잘 쓴다는 건 그만큼 매혹적인 재능이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역사에 남는 고전치고 뛰어난 문장으로 쓰이지 않은 작품은 거의 없다. 내혹성으로 악명 높은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도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다.

글쓰기는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필수적 재능이다. 보고서에서부터 연설문까지 설득력 있는 글로 독자를 사로잡지 않고는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문법에 맞지 않은 글, 표현이 진부한 글은 내용 전달이라는 본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글쓰기 안내서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그만큼 글쓰기가 절박해졌다는 걸 방증한다. 글쓰기는 지식·정보 중심 사회의 한 도드라진 현상이다.

연세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정희모·이재성 교수가 쓴 <글쓰기의 전략>은 수많은 글쓰기 책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책이다. 2005년 11월에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 19만 부가 팔렸다. 다른 유사한 책들을 압도하는 판매부수다. 책을 펴낸 들녘 출판사의 윤재인 주간은 “처음 나왔올 때처럼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지금도 한 달에 3000부 이상 출고되고, 새 학기 초에는 특히 판매 부수가 높다”고 밝혔다.

통상의 글쓰기 안내서들이 글쓰기의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데 치우치는 것과 달리, <글쓰기의 전략>은 글쓰기의 기초를 많이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글쓰기 재능은 타고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무수한 훈련과 공부의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는 주장이다. 잘 쓰려면 먼저 많이 읽어야 한다. 읽기야말로 쓰기의 기초다. 많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논리를 세워야 한다. “간혹 글을 쓰는 데 독서가 왜 필요한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다.” “독서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남의 문체, 구성, 표현력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글의 구성 요소를 의식하고 읽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몰랐던 것을 배운다.”

이 책은 모범이 될 만한 예문을 여럿 뽑아 전문을 다 실음으로써 한 편의 글이 어떤 생각과 논리의 흐름을 타고 있는지 보여준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봐야 한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글쓰기 학습은 숙련된 기술을 배우는 도제 학습과 유사하다. 쓰고 또 써야 한다. 지은들은 “글쓰기는 노동이다”라고 첫머리에서 선언한다. “글쓰기에서 천재적 영감으로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다! 글쓰기는 순전히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직접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이를 준비하는 것도 노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학습도 당연히 고된 노동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 이 책은 그 고뇌 숙련 과정을 조금이라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콜럼버스여, 달걀 값 물어내라’라는 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상식에 도전하는 글을 쓸 것, 관습적 해석에 저항할 것, 인상적으로 쓸 것, 참신한 화제를 찾을 것, 영화의 엔딩신처럼 연출할 것 따위가 이 책이 전해주는 방법 가운데 몇 가지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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