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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20년 뒤면 뇌 백업해서 갈아끼운다

등록 :2007-01-18 20:32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김영사 펴냄. 3만5000원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김영사 펴냄. 3만5000원
“2029년, 기술과 인간지능 융합한 특이점의 시대 도래”
나노봇이 혈관 청소하고 뇌 속에서 ‘다른인간’ 모드 전환
미래사회 기술·혁신 예측해온 발명가 겸 미래학자
유전공학·나노기술·로봇공학으로 인간한계 극복 예언
그 무렵에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유다 광야에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노라(the kingdom of heaven is near)”고 선포하였다.(마태복음 3장1~2절) 또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섰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시니라.(마가복음 9장1절)

서기 2007년에 레이 커즈와일이 나타나 “특이점이 가까웠다”(The singularity is near)라고 선언했다. 또 그는 “여러분 중 대다수는 특이점이 도래하는 것을 직접 경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이점이 온다>(김영사)의 원제는 ‘The Singularity Is Near’. 회개하라고 외치지는 않지만 시대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예언자적인 목소리가 담긴 것만은 분명하다.

지은이 커즈와일은 쉰여덟 살의 혈색좋은 미국인. 마흔에 신체 나이가 서른여덟이었는데 쉰여섯인 2005년에 다시 재어보니 마흔이었다면서 16년동안 생물학적으로 2년밖에 늙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기 몸의 생화학 현상을 재편하려고 매일 250알의 영양보충제를 먹고 매주 대여섯 가지의 정맥주사를 맞는다. 기계공이 기계를 관리하듯이 수십 종의 영양성분과 호르몬, 혈액 속의 신진대사 부산물과 기타 신체분비물을 꼼꼼히 점검한다. 그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자신도 곧 도래할 특이점의 시대를 경험하고 싶은 욕망에서다.

특이점이란 놀랄 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특이한 사건을 의미하는 단어. 수학에서는 유한한 한계를 한없이 초월하는 큰 값을 의미한다. 예컨대, y=1/x에서 x값이 0에 가까워질수록 y값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그때의 y값을 말한다. 천체물리학에서도 쓰인다. 큰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폭발의 잔해들이 부피가 없고 밀도가 무한대인 점을 중심으로 무너져 내리는데 그 한가운데 특이점 즉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이 형성된다. 우주는 이러한 특이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의 시대는 G. N. R. 즉 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해 생물학적인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하는 때를 말한다. 백혈구 크기의 나노봇 수십억개가 몸과 뇌의 혈류를 타고 흐르며 혈류를 수정하고 독소를 제거하는 등 육체적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무를 수행한다. 위험한 심장은 아예 없어질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노화와 질병에서 자유로워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매일 영양제 250알·정맥주사 맞아

뇌에 퍼진 나노봇은 우리몸의 뉴런세포와 상호작용을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제와 경계가 모호한 가상현실을 실현시켜 상황에 따라 다른인간으로 모드전환이 가능하고 사이버매춘이 합법화된다. 타고난 생물학적 뇌와 인조의 비생물학적 지능이 융합돼 지능이 엄청나게 확장된다. 뇌 자체를 온라인에 접속하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내려받는 것으로 교육은 대체된다. 뇌는 백업해두었다가 손상될 경우 복제해 갈아낀다. 인간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음악 미술 수학 과학 등 온갖 지식들을 창조하고 이를 즐기는 것. 따라서 놀이와 일의 경계가 소멸하게 된다. 이같은 몽환적인 꿈은 적어도 2049년이면 실현된다. 앞으로 불과 15년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한 예언가 커즈와일의 이면에는 발명가 커즈와일이 있다.

예언가 커즈와일의 목소리는 시종 높낮이가 없었다.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특이점시대를 맞기 위해 하루 250알의 영양보충제를 복용한다고 하니 그의 예언은 확신에 바탕을 둔 듯하다. 김영사 제공
예언가 커즈와일의 목소리는 시종 높낮이가 없었다.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특이점시대를 맞기 위해 하루 250알의 영양보충제를 복용한다고 하니 그의 예언은 확신에 바탕을 둔 듯하다. 김영사 제공
다섯 살때 달 로켓을 만들었고(당연히 실패했다), 8살에는 로봇극장, 가상야구게임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열두 살 때인 1960년 컴퓨터를 접한 그는 부품을 사서 컴퓨터 장치를 조립했다. 1968년에는 고교생들을 지원하는 대학에 매칭시키는 프로그램을, 70년대에는 스캔기술, 광학문자인식기술, 텍스트음성합성기술을 결합해 맹인을 위한 리딩머신을 개발했다. 이어 그랜드 피아노의 음색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 ‘커즈와일 신시사이저’를 고안했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발명이 만들어지는 때와 발명이 쓰여지는 세상이 일치할 때 발명품이 성공한다는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기술 동향과 그 의미를 천착하게 되었다. 80년대 중후반 <지적 기계의 시대>를 써 2000년, 2010년, 2020년 그리고 그 이후의 기술과 혁신을 추정하고 예측했다. 거기에서 21세기 전반이면 인간지능과 구별되지 않는 수준의 기계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1998년의 <영적 기계의 시대>에서는 기계와 인간인식의 경계가 흐려진 이후 출현할 인간의 본질을 구명하려고 했다.

<특이점이 온다>에서 커즈와일은 각종 자료를 근거로 예측하는 특이점시대는 여섯 시기의 진화 가운데 5기에 해당한다. 빅뱅, 생명의 탄생, 뇌의 발전, 기술혁신이 각각 1~4기에 해당하고 특이점 시대인 5기는 ‘기술과 인간지능의 융합’을 말한다. 시기별로 정보의 보관은 원자구조→DNA→신경패턴→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설계 순으로 진화하다가 5기에서는 생물의 방법론이 인간기술 기반에 융합된다. 이는 여러 개의 에스자 곡선이 폭포모양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루는 모양새다. 지금 우리는 5기의 초기단계, 즉 ‘곡선의 무릎’에 접근하고 있다.

기술지상주의 인간본성 간과 한계

커즈와일이 바탕에 깔고있는 것 수확가속의 법칙. 진화과정의 수확(속도, 효율, 비용대비 효과, 또는 과정의 총체적인 힘)이 시간이 흐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가격대 성능비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이 가운데 하나다. 이런 법칙은 컴퓨터에 국한하지 않고 정보기술에 해당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경제활동과 문화현상을 포함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그의 도저한 낙관은 기술지상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인간사회를 괴롭혀온 온갖 과제들을 극복하는 유일한 도구는 기술이라는 것. 기술로 풀 수 없는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사악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듯하다. 무엇보다도 죽지 않는 삶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한 “그동안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합리화해 왔을 뿐이다”라는 답은 썩 와닿지는 않는다. 말세에 출몰해 세상을 어지럽힐 거라는 성경예언 속의 예언자와 달리 커즈와일은 적어도 혹세무민할 것 같지는 않다.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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