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
음악과 소리에서 수학과 과학적 사고의 역사
박은지 지음 l 디페랑스 l 3만2000원
지은이의 이력이 이채롭다. 프랑스 국립 바칼로레아를 거쳐 미국에서 음악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에서 음악 석사와 공학 석사학위에 이어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런 전공을 바탕으로 그가 쓴 이 책은 음악음향학의 관점에서 음악과 음향의 관계를 다룬다. “과거 음악은 어떻게 해석되었고, 소리는 어떻게 생성되고 전파되는 것이며,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들려지게 되는가”가 책의 핵심 내용이다. 음악과 수학 및 과학이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주요 사료와 관련 삽화를 곁들여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종교 지도자인 피타고라스는 ‘음악학의 시조’로도 일컬어진다. “그는 음악을 수와 비율로 해석했고, 최초로 음계를 고안했으며, 이를 천문학적 관념으로 해석해 내기도 했다.” 피타고라스는 모노코드라는 원시적 악기를 만들어 현의 길이를 달리하며 비율 실험을 실시했고 이는 조화로운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 음계 체계의 구축으로 이어졌다. 음악이론과 작곡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되었다. 피타고라스의 음계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만든 순정률로, 다시 그 양자의 한계를 보완한 가온음률을 거쳐 18세기 이후 평균율로 정착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12개의 장조와 12개의 단조 음계로 구성된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을 만들어 동료 음악가들에게 평균율의 장점을 설득하고자 했다.
책에는 이밖에도 음고와 음폭, 음색이라는 소리의 3요소, 하마 이빨로 만든 고대 이집트의 타악기 클래퍼, 소음과 음악의 차이, 순음과 복합음, 콘서트홀 설계에서 잔향 시간이 지니는 중요성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