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
텍스트의 실수와 왜곡을 잡아내고 진실을 건지는 법
오항녕 지음 l 김영사 l 2만3000원
한때 조선시대 논문에서는 서론에 “조선 후기에는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하고 신분제가 동요하면서…” 라고 시작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조선사 연구자이자 기록학자인 지은이는 이를 두고 ‘다 알다시피 증명의 오류’라고 지적한다. 조선 후기만 해도 300년인데, 이 긴 시간을 너무 쉽게 한마디로 정리해버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선 사회는 상품화폐경제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신분제의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었지만 ‘300년의 동요’라는 증거는 빈곤한데도 ‘다 안다고 치고’ 논의를 시작했단다. 지은이는 “지금 생각하면 무지막지하기 그지없는 서술이지만, 그땐 그랬다”고 돌이킨다.
역사가도 틀린다. 지은이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의 오류, 서술의 오류, 비판의 오류 등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동서고금 역사가들의 ‘실수담’을 가득 모았다. 사소하게는 글자를 잘못 읽어서 틀린다. 공자는 그의 어린 시절을 기록한 ‘예기’를 후대 학자들이 표점(구두점)을 엉뚱한 데 찍어서 읽는 바람에 오랫동안 아버지 무덤도 모르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흔히 던지곤 하는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우리는 임진왜란에서 졌을까?” 같은 가상의 질문을 역사학에 함부로 끌어들이면 안 되는 이유도 친절히 설명한다.
그렇다고 역사학을 불신하거나 냉소에 빠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지은이는 역사학을 “그 한계와 왜곡을 하나씩 닦고 벗겨내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학문”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역사학도들에게 조언한다.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 아니라,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