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방은요 │ 파종모종

파종모종 외부 사진.
파종모종 외부 사진.

모종 판매 문의 전화를 받으면 올해도 봄이 왔구나 실감합니다. ‘파종모종’은 아쉽게도 종묘사가 아닌 1인 출판사이자 책방입니다. 2015년 광주 동명동 오래된 주택 2층에 문을 열었고, 2017년 중흥동 지금의 자리로 이사를 왔습니다. 독립출판 및 지역출판물로 채워진 책방과 함께 출판 업무와 수업 등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계약직이 종료되고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큰 고민 없이 공간을 준비하며, 당시 ‘파종’(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키우기 위하여 논밭에 씨를 뿌림)이란 단어가 주는 뜻과 어감에 꽂혀 있던 탓에 덜컥 이름으로 붙였던 게 파종모종의 시작입니다. 다시 말해 출판사나 책방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책방을 열어 직접 부딪히며 배우고 해결하며 버텨온 공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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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평이라는 작은 공간은 세 개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출판 작업을 하는 가장 안쪽 사무 공간, 출판 수업을 하는 가운데 워크룸 공간, 그리고 가장 바깥 책방 공간. 우리는 이 작은 공간에서 보다 매력적인 책 작업을 위해 밤도 새워보고, ‘인디자인’을 배우며 자기만의 책도 만들어보고, 요즘은 어떤 책을 찾을까 고민하며 책장을 채우기도 합니다. 때때로 친구 책방과 함께 재미있는 행사를 도모하기도 하고, 지원사업을 받아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나 심야책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지역의 작가와 협업해 다양한 출판물을 제작하는 일도 합니다.

파종모종 내부 사진.
파종모종 내부 사진.
파종모종에서 운영했던 ‘심야책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독자들.
파종모종에서 운영했던 ‘심야책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독자들.
파종모종의 땡땡한책 시리즈.
파종모종의 땡땡한책 시리즈.

‘○○한책’(땡땡한책)은 지역작가와 함께 온라인에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독립출판 시리즈입니다. 기수별 새로운 주제로 참여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과정이죠. 첫 번째 주제 ‘청량한책’을 시작으로 ‘달달, 여행, 선물’에 이어 ‘광주한책’까지 출판되었습니다. 직접 쓰고, 엮고, 팔고, 읽기까지의 과정. 파종모종이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출판·서점 문화는 이러한 맥락을 지닙니다. 소소하더라도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밀도 높게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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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책방은 올해 휴식기를 가진 뒤 늦은 여름과 가을 사이,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큰 흐름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벌써 햇수로 손가락을 모두 접을 만큼 시간을 쌓아왔지만, 이렇다 할 정체성이나 비전이 옅다는 초조함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이 좋고, 책으로 만나는 ‘사람’이 좋습니다. 돌아보니 책방에서 쌓아온 시간과 사람들이 책방지기를 성장시켜 왔다는 생각에 새삼 마음 언저리가 따뜻해집니다. 앞으로의 10년도 부딪히며 배우고 해결하며 버텨가겠지만, 꾸준히 쌓아가는 책방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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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글·사진 양지애 파종모종 대표

파종모종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로 13-1(중흥동)

instagram.com/pasonmo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