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 속 여러 감정들이 등장인물이 되어 사랑 받았던 애니메이션의 속편 ‘인사이드 아웃 2’가 인기랍니다. 이번에는 1편에는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고 하네요.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 등인데, 이 친구들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1편의 주인공들에 가세해 사춘기 소녀가 복잡한 감정들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답니다.
이 가운데 ‘불안’은 소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위기를 만들어내는, 말하자면 ‘메인 빌런’인 셈인데, 한국 관객들에게 유난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미래에 찾아올지 모르는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다른 감정들을 억누르고 호들갑을 떠는 ‘불안’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내몰아온 자신의 모습을 겹쳐본다는 겁니다. 후속편의 새 캐릭터가 그만큼 설득력 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얘기겠죠.
1편 제작 때 자문을 맡았던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경외심’(2022)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편을 언급합니다. 다만 새 캐릭터로 ‘불안’이 아니라 이 책의 주제인 ‘경외심’(Awe)을 상상해봅니다. 경외심은 한마디로 “자신 이외의 대상에게 감탄하는 마음”입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종알거리는 자기비판적이고 위압적이며 사회 지위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마음 속 자아의 목소리를 잠재움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타인과 협력하고 경이에 마음을 열며 삶의 심오한 패턴들을 알아차릴 수 있는 힘을 얻게 해 준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등장하기엔 너무 압도적인 감정일 것 같긴 합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