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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는 이목구비가 없는 식물만 키웠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초저녁이 되자 울보는 냇가와
숲길에 갔다, 식물을 데리고 갔다
처음으로 울보는 울지 않고 말했다
여기는 있잖아, 내가…….
흐르는 물소리의 개입으로
그의 말이 그치자, 식물은
여기서 다음을 기다려야 했다
화분을 조금씩 깨면서
늙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식물은 울보의 깡마른 발목을 잡고
자랐다 무려 십여 년 동안이나
귀가 없어도 들리는 것이 있었다

이서하의 시집 ‘마음 연장’(현대문학, 202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