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미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 틸리 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 틸리 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 틸리 올슨(1912~2007)은 집안일·육아에 붙들린 여성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자본주의·가부장제 아래에서 다른 것들을 희생시켜가며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대가’들과 달리, 노동계급·무학자·유색인·여성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잘 알았거든요. 올슨은 창조적인 힘은 신비로운 게 아니라 계급·젠더·인종이 교차하는 물질적인 환경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올슨의 책 ‘침묵’(1978)이 나왔을 때, 캐나다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당시 ‘뉴욕타임스’ 서평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천재에게 다락방이 좋고 예술가는 천국에서 만들어지며, 신이 그들을 보살필 거라는 믿음이 위안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틸리 올슨처럼 작가는 지상에서 길러지고, 누구도 반드시 그들을 보살피지는 않는다고 믿는다면, 사회는 문학의 길에서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생산하지 못하는가에 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동등한 우리’에서 인용)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26일, ‘작가노조 준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글쓰기도 노동”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고매한 예술’, ‘숭고한 창조’, ‘고독한 분투’라는 질긴 수사를 찢고 나”왔다는 말에서, 창조성에 대한 저 올슨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글쓰기는 “불안정 노동, 하청 노동, 종속적 노동”이기에 “작가들은 글쓰기 노동뿐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및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두 번째) 노동을 겸해야만 한다”는 말에서도요. 작가노조는 내년 5월 출범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단단한 연대를 이루길 응원합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