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어도 된다 미래는

차선 긋는 사람들에게

배웠지 지금처럼 미래는

작은 집에서 큰 집을 상상하고

끼니를 때우고 빨래를 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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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면 몰래 슬퍼하면서

긴 밤이 오길 기다리듯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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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된다 미래는

어쩜 저리 반듯하게

선을 그을 수 있을까 나는

부럽다 요란하게

광고

도로 위에 선을 긋는

사람들이 그들의 점거와

그 뒤로 밀려 있는 차량들이

미래는 아니고 그보다

착각에 가깝지 않나 미래는

새로 덧칠한 오래된 선이나

밀려 있는 차량의 운전자들

멀거니 내다보는 차창 밖 노을이

미래에 더 가깝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없어도 된다 미래는

몸을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거나

주린 배를 견디며 침대에 누워보듯

내가 없어도 된다 미래는

하루를 거의 다 보냈다

차선 긋기는 곧 끝날 것이다

유희경의 시집 ‘겨울밤 토끼 걱정’(현대문학,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