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훈 작가의 나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강재훈 작가의 나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사진 에세이
강재훈 글·사진 l 한겨레출판 l 2만1000원

26년간 ‘한겨레’ 사진기자로 재직했던 강재훈 작가는 다큐 사진계에서도 꾸준히 이력을 쌓아온 사진작가다. 그는 30년 가까이 폐교를 앞둔 작은 학교들의 쓸쓸한 모습과 여전히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을 꾸준히 렌즈에 담아왔다.

낙도와 산골을 떠돌던 여정에 친구들이 생겼다. 뛰어놀다 지친 아이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준 포플러나무, 쇠락한 마을 한가운데서도 흐드러지게 열매를 맺은 감나무. 한 시절 굴곡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풀과 바람, 벌레와 함께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작가는 마음도 삶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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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훈 작가의 나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강재훈 작가의 나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그렇게 만난 나무 친구들의 사진 100여컷을 골라 취재담과 따뜻한 감상을 함께 엮었다. 책장을 넘기면 작가의 전시회를 찾은 듯 봄의 꽃잎과 소나기 머금은 나뭇잎, 바람에 춤추는 안갯속 들판 같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특히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 어귀에서 만났다는 작은 나무의 연작 사진이 눈길을 끈다. 산골 분교를 취재하다 홀리기라도 한 듯 사로잡혀 10년 넘는 세월 동안 안부를 묻듯 종종 찾았다는 나무가, 신문사 정년퇴직 무렵 마지막 만남 때 밑동만 남긴 채 잘려 있었다고 한다. 막걸리 한잔 뿌려주고 큰절을 올리며 그간 인연을 되짚다 문득 고마움을 느꼈다는 작가는 그때 아마 이 책을 엮기로 결심했던 듯하다.

강재훈 작가의 나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강재훈 작가의 나무 사진. 한겨레출판 제공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 정해두고 가만히 들여다보자는 작가의 말이 참 따뜻하다. “사시사철 변화에도 역정 내지 않고 느리게 자라듯, 눈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하나도 안 자란 듯.” 어느새 독자의 마음도 한뼘쯤 자랄 것 같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