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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책&생각] 기괴한 수다 속에 피어난 ‘본질적 삶’

등록 :2022-07-01 05:00수정 :2022-07-01 09:28

<오향거리>를 쓴 중국 작가 찬쉐. 문학동네 제공
<오향거리>를 쓴 중국 작가 찬쉐. 문학동네 제공

오향거리
찬쉐 지음, 문현선 옮김 l 문학동네 l 1만7000원

“제 이야기는 아주 길고 복잡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려면 상당한 의지와 인내심이 필요하며, 온 신경을 집중해야 그 속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산만한 정신상태를 바꾸지 않으면 영원히 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현재 중국 작가 가운데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찬쉐(69)의 첫 장편소설 <오향거리>에서 ‘절름발이 여사의 구술’은 작가가 독자를 향해 하는 말 같다. 뚜렷한 플롯 없이 시끄럽고 소문에 쓸려 다니며 제멋대로이기도 한 오향거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마다 장황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 사이에서 진실의 조각은 좀처럼 맞춰지지 않는다.

저마다 길고 긴 사연을 뽑아내는 명분은 간단하다. X여사와 Q선생은 왜 어떻게 바람이 났는가. 우선 어느 날 오향거리로 이사 와서 작은 견과류 가게를 연 X여사의 나이부터가 22살부터 50살까지 스물여섯 가지의 견해가 난무하며 결론 나지 않은 미스터리다. 누군가는 비밀을 품고 있는 신비한 여성으로 여사를 묘사하지만 누군가는 두꺼운 화장으로 “겹겹이 늘어진 피부”를 가린 중늙은이라고 말한다. “얼굴이 엄청나게” 크다거나 “어쨌든 좀 특이하다”, “전통적 심미관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등의 진술이 오가는 Q선생의 외모도 합의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검은 털모자를 쓴 독거 노파’ ‘X여사의 남편 친구’ ‘석탄공장 젊은이’ 등 주요 등장인물 사이로 ‘필자’ 또한 두 남녀의 상열지사에 대해 열심히 의견을 피력하는데 이는 이 책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관건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주민들 머릿속에서 교묘하게 일어난 재현입니다. 그토록 왕성하고 아름다운 창조, 그토록 거침없고 호방한 상상, 그토록 심오하게 저변을 파고드는 탐구, 그토록 세심하고 포기를 모르는 집요한 감지력,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의 광활한 세계를 구성하는 풍부한 보고입니다.”

아이 적에 유복하게 자란 찬쉐는 13살 때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면서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온갖 노동을 했다. 작가로 데뷔한 지 5년 만인 1990년 발표한 <오향거리>는 문화대혁명 당시 그가 겪은 격변의 삶과 그가 만난 사람들이 녹아들어 간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사회 최하층의 보잘것없는 사람이 느닷없이 철학적 진리를 막힘없이 늘어놓을 때 반감을 품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본질적 삶’이 바로 그렇거든요. 늘 철학이란 그런 소소한 사람들에게 속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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