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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기성세대 대 청년’이라는 허구적 대립

등록 :2022-03-04 04:59수정 :2022-03-04 09:15

기득권으로 모는 50대 다수는 노동자·자영업자
청년 내에서도 양극화 심화하며 격차 벌어져
세대 불평등 아닌 계층 불평등이 진짜 문제

그런 세대는 없다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
신진욱 지음 l 개마고원 l 2만원

바야흐로 세대론의 전성시대다. 586, 기성세대, 베이비붐 세대, 2030, 엠제트(MZ)세대, 이대남 등 세대를 일컫는 각종 표현이 난무하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연령대별’ 득표 전략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은 ‘각종 기득권을 누리는 기성세대’에 대한 매서운 질타와 ‘온갖 어려움을 견뎌 나가는 청년세대’에 대한 연민 어린 눈길이다. 이 두 세대를 대립시키면서 기성세대의 ‘반성’과 ‘양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선뜻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립구도는 정말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을까? 이런 담론은 누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은 누구일까?

<그런 세대는 없다>에서 지은이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 대 청년’이라는 세대불평등 담론의 허구성을 각종 실증 자료를 동원해 파헤친다. 이와 함께 세대담론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고, 정치적·실천적 함의를 분석한다. 그동안에도 세대담론에 대한 비판은 공론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번 저서는 이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기득권 기성세대’ ‘희생자 청년세대’ 등으로 총칭될 수 있을 만큼 동일한 속성을 가진 세대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세대라 할지라도 현저히 차이 나는 소득과 자산, 고용형태 등을 가진 상이한 계층들로 나눠진다. “이 불평등의 시대에 세대는 더욱더 계급계층으로 갈라지고 있으며 그만큼 더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될 수 없다.”

먼저 기성세대, 특히 이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흔히 ‘586세대’라고도 불리는 50대를 살펴보자. 이들은 ‘좋은 시절’에 태어나 쉽게 취직하고 사회에서 안정된 자리를 차지한 “꿀 빨아 먹은” 세대라는 식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에 학령인구 중 대학 취학률은 20%, 4년제 대학 취학률은 13%에 그쳤다. 현재 50대 취업자의 70%가 서비스·판매직, 기능·기계조작직,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자영업자 중 28%가 50대다. 50대의 다수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인 것이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이라는 식의 비난을 받는 ‘50대 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의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0.7%에 불과하다. 결국 “지금 ‘기성세대’의 다수는 자식 세대를 위해 뭔가 양보하고 내려놓을 기득권이라는 걸 가진 사람이 아니다.”

청년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을, 대학을 나와도 취직의 기회가 없고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해야 하는 불행한 세대라고, 또는 능력주의와 경쟁주의를 신봉하고 반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이대남’이라고 한꺼번에 싸잡아 말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청년세대는 양극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소득·고용·사회보장의 세 측면에서 청년세대 내의 양극화 추이를 추적한 연구를 보면 2002년에는 ‘모두 불안정한’ 계층이 19%였지만, 2020년에는 29%까지 늘어났다. ‘모두 안정적인’ 계층 역시 증가했으며 그 사이에 놓인 중간계층은 줄어들었다. 청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 임금총액 평균은 2017년 기준 각각 214만원과 127만원으로 갑절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은 지금 문제의 핵심이 청년세대 전반의 불안정화라기보다는 청년세대 내의 심각한 격차라는 것을 말해준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한 측면은 이 격차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연동돼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부모보다 자식이 가난해진 시대’ 같은 담론이 유행하면서 세대 간 불평등이 문제인 것처럼 주장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의 문제는 ‘부자 부모 아래 부자 자식’ ‘가난한 부모 아래 가난한 자식’이라는 계층 간 불평등이다.

청년세대의 인식세계 역시 단일하지 않고 학력과 학벌, 계층,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따라 큰 차이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학력·학벌이 높을수록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의 능력은 대학입시, 취업시험 등 시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은 공정하다’ 등의 문항에 동의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 누가, 왜 이런 세대담론들을 만들고 확산시키는가? 세대불평등론은, 청년들의 취업난, 비정규직 문제 등은 기성세대가 과도하게 자원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중장년 노동자의 고용, 임금, 조직을 약화시켜야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구사한다. 이 프레임 안에서는 기업, 재벌, 고용주 등의 책임은 사라진다. 일하는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은 말해지지 않는다. 보수진영과 경영단체가 세대불평등론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 해고 요건 완화 등 소위 ‘노동개혁’을 추진하던 시기 세대불평등론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상대 정치 진영을 분노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청년의 적’으로 공격하는 정치권 역시 세대담론의 재생산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주요한 불평등이 세대 간에 발생하고 있다는 담론의 득세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불평등의 실태를 정확하게 보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각 세대의 고통의 경중을 저울질하면서 청년들이 더 아픈지, 노인들이 더 아픈지를 따지며 세대와 세대를 비교하기를 멈추어야 한다”며 “가해자 세대와 피해자 세대, 착취하는 세대와 착취당하는 세대, 운 좋은 세대와 불운한 세대를 나누는 일은 경험적으로 사실이 아닐뿐더러 정책적으로 무익하고 윤리적으로도 문제적”이라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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