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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걸려 넘어진 돌들로 이야기의 성을 쌓다

등록 :2022-03-04 04:59수정 :2022-03-04 09:13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l 창비 l 1만7000원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은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의 회고록이다. 19살에 독립한 뒤로 40여년간 그가 부닥쳐온 “장애물과 악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뿐 아니라 다리를 놓는 사람들과 친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와 냉담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며 간절히 독립을 꿈꾸던 솔닛은 19살에 흑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작은 방 하나를 가까스로 구해 그곳에서 청춘의 시간을 보냈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자들의 위협이나 공격을 받는 일이 부지기수이고 이웃 동네의 여성 강간 살인 소식이 대단할 것도 없이 흔했던 당시를 그는 “존재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기에, 존재하지 않는 법을 익혔다”고 회고한다. 약하고 마른 자신의 육체를 혐오하고, 폭력적인 남자들에게 저항하는 대신 침묵하기를 먼저 배운 저자의 기억들은 그 스스로도 “평범한 이야기”라고 말하듯이 수많은 여성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가 이 책을 “회고록이면서 회고록이 아니기도” 하다고 쓴 이유다. 책은 이처럼 두려움 가득하고 무기력과 우울에 침잠했던 젊은 시절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 가까이로 다가간다.

이 책에서 그는 여성으로 겪은 장애 즉, “걸려 넘어진 돌들”뿐 아니라 그가 “생존의 빚”을 진 사람들과 커뮤니티에 관한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그는 감사의 말에 ‘고맙다’는 단어를 37번 썼다.) 특히 그가 처음으로 어렵사리 자기만의 방을 구한 동네와 우정을 나눈 이웃들,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움을 간직한 집과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부분은 문학적인 섬세함이 돋보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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