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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대중 속으로 나온 김수영…신화화? 독자에게 물방울·풀·꽃 됐을 것”

등록 :2021-11-29 04:59수정 :2021-11-29 11:44

[거대한 100년, 김수영] 연재 기획위원 대담
“학술에 갇혀 있던 김수영, 대중성·현장성 살려 이해 폭 넓힌 데 큰 의미”
<한겨레> 창간 33돌 기념으로 마련한 ‘거대한 100년, 김수영’ 기획을 반년 만에 마무리하는 대담이 지난 13일 한겨레 사옥 안 카페에서 열리고 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왼쪽부터), 이경수 중앙대 교수, 맹문재 안양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창간 33돌 기념으로 마련한 ‘거대한 100년, 김수영’ 기획을 반년 만에 마무리하는 대담이 지난 13일 한겨레 사옥 안 카페에서 열리고 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왼쪽부터), 이경수 중앙대 교수, 맹문재 안양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창간 33돌을 기념해서 기획한 ‘거대한 100년, 김수영’이 지난 22일 유성호 한양대 교수의 ‘풀’ 관련 기고로 6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와 맹문재 안양대 교수, 기획 첫 회 ‘가족’ 편 원고를 쓴 이경수 중앙대 교수가 이 기획을 평가하는 대담을 마련했다. 최재봉 선임기자가 진행을 맡은 대담은 지난 13일 한겨레 사옥 안 카페에서 이뤄졌다.

사회: 한겨레는 지난 5월24일치 1면과 8·9면에 걸쳐 ‘한겨레 33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100년, 김수영’ 기사와 기고를 실었다.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김수영 시인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고 그의 문학이 지니는 의미를 새겨 보자는 취지였다. 김응교·맹문재 교수와 김수이 경희대 교수를 기획위원으로 모시고 회의를 거쳐서 26개 열쇳말을 정해 매주 연구자와 시인 들의 기고를 전면으로 실었다. 한겨레로서도 특정 문인에 관해 이처럼 방대한 기획 연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획에 참여한 김 교수와 맹 교수께서 먼저 이 기획의 취지와 성과를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김응교(이하 김): 무엇보다 열쇳말로 접근한다는 발상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유교, 전쟁, 설움, 전통, 꽃, 자유, 혁명, 번역, 여혐, 온몸, 죽음, 사랑 등 열쇳말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나가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김수영 문학이 한층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해당 분야의 연구 성과가 있는 분들에게 우선 글을 의뢰하다 보니, 백낙청·염무웅·최원식 선생처럼 김수영 문학 전반에 관해 밝으신 분들을 모시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열쇳말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하더라도 전기사적 요소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열쇳말과 전기사적 요소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김수영의 생애와 문학의 전체적 면모를 직조하는 효과가 있었다.

맹문재(이하 맹): 기존의 김수영 연구가 주로 학술 영역에 갇혀 있었다면, 이번 기획은 대중성과 현장성을 살려서 김수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 기고와 함께 김수영의 흔적을 찾는 답사도 몇 차례 계획했고 그 밖에도 시 낭송회와 문학의 밤 같은 행사도 열고 싶었지만, 마포 구수동 집터 답사 말고 다른 행사들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다 취소된 것이 아쉽다. 다음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못다 한 행사들을 추진했으면 한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회: 이경수 교수께서 첫 회로 ‘가족’에 관해 썼는데, 어떠셨는지?

이경수: 연재 지면이 원고지로 20장밖에 안 돼서 충분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연재 첫 회 주제로 ‘가족’을 삼은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김수영은 ‘나의 가족’이라는 시도 남겼지만 아버지, 아내, 누이, 아들 등 가족 구성원이 등장하는 시를 여러 편 남겼다. 아무래도 김수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아버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남으로서 아버지와 형성되었던 관계, 이후 아버지가 되고 나서 아들과 형성해 나간 관계 속에서 김수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글에는 담지 못했지만, 김수영의 부성(父性)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남성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이 교수께서 독자로서 이번 기획을 평가하신다면 어떠신지? 특별히 인상 깊게 읽은 글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

이: 아무래도 새로운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다루거나 새로운 관점을 선보인 글들이 좀 더 흥미로웠다. 일본/일본어에 대해 언급한 김응교 선생의 글도 인상적이었고, 포로가 아닌 ‘민간억류인’ 신분에 주목한 이영준 선생의 글도 인상 깊었다. <엔카운터>와 <파르티잔 리뷰>가 김수영 손에 들어간 과정과 이런 잡지들을 읽은 독서 체험이 김수영 시에서 어떻게 전유되었는지를 분석한 정종현 선생의 글도 인상 깊게 읽었다. 김수영의 번역에 관한 고봉준 선생의 자료 제시와 그것이 김수영 시와 시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분석도 좋았고, ‘온몸’에 대한 신형철 선생의 해석도 좋았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은 ‘돈’(김행숙)이나 ‘욕설’(김진해), ‘여혐’(노혜경)을 다룬 글들을 흥미롭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경수 중앙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경수 중앙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회: 맹 교수께서 처음 공개되는 김수영의 육필 원고 등과 발표 지면 이미지 등 자료를 많이 제공해 주셔서 연재에 큰 힘이 되었다. 귀한 자료들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궁금하다.

맹: 2019년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께서 저에게 김수영 시인의 모든 자료를 스캐닝하라고 허락해 주셔서 겨울방학 내내 작업했다. 이 일을 다 끝내고 자료를 돌려드리러 갈 때의 심정을 담아 쓴 시가 ‘손님-김수영 시인’인데, “김수영 시인이 우리집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안 믿겠지만/ 나도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집을 다녀간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추억이 있는 한 인연은 영원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귀한 자료들을 흔쾌히 내어 주시고 사용을 위임해 주신 김현경 여사님께 감사드린다. 그 덕분에 이 지면에서 김수영 시인의 초고를 대거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다. 그 밖에 김수영 시의 발표 지면 이미지는 제가 오랫동안 수집해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앞으로 제가 만약 문학관을 운영한다면 이 자료들을 잘 활용할 생각이다.

사회: 김수영 시의 여성 혐오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이번 연재에서도 노혜경 선생이 그 문제를 다루었다. 이 교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이: 김수영 시에 나타난 여성관, 여성을 대상화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사실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저 역시 ‘죄와 벌’ ‘성’ 같은 김수영의 몇몇 시들을 읽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점은 김수영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남녀를 떠나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젠더 감수성의 온도 차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세대가 불편함을 느끼고 여성혐오라며 비판하는 관점은 이해도 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수영 개인의 한계만이 아니라 시대의 한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니라고 옹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제가 덧붙여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1950년대, 60년대를 살았던 김수영을 향해서 여성혐오적 태도를 비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21년을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수영의 여성관에 대한 비판도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하기 위한 비판, 김수영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오늘의 우리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문재 안양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맹문재 안양대 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회: 이번 기획과 관련해서는 김수영에 대한 과대평가라느니 우상화, 신화화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이런 의견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상화와 더불어 정치화와 상업화 역시 늘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수영 시인이 지금 살아 계셨다면 본인부터가 우상화를 거부했을 것이다. 그는 누구도 자기 시의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을 인물이다. 그는 그저 독자 한 명 한 명이 깨닫는 물방울, 풀, 꽃이 되기를 원할 사람이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김수영만이 아니라 박인환, 김종삼, 박용철 등 소중한 시인들이 더 많다. 김수영을 기억하는 것과 그를 우상화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회: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세 분이 김수영과 관련한 연구나 출간 계획이 있으면 알려 주셨으면 한다.

맹: 저는 얼마 전에 한국시학회 학회지인 <한국시학연구>에 ‘김수영 시인의 연보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간 알려진 연보를 수정하고 보충한 것인데, 출생에서부터 일본 유학기까지를 살펴본 것이다. 그 이후의 연보는 또 다른 논문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와 함께 몇 권의 단행본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현경 여사와 오랫동안 잡지 <푸른사상>에 연재한 대담 원고, 김수영 시인의 행적지 답사 원고, 생전의 유일 시집 <달나라의 장난> 편집본 원고, 김수영 시인 초고 원고와 번역 작품, 김현경 여사의 산문 원고 등 묶어야 할 원고들이 참으로 많다. 김현경 여사가 지금처럼 건강하셔서 책 작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김: <김수영, 시로 쓴 자서전>이 곧 나올 예정이고, <니체와 김수영은 다르다>라는 책과 김수영 산문 아포리즘도 출간할 계획이다. 내가 속한 김수영연구회가 2014년 5월부터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80여회의 모임을 했다. 시 한 편 한 편을 분석하는 데 5년이 걸렸고, 산문 한 편 한 편을 분석하는 데 3년 정도가 걸렸다. 이제 산문 강독이 끝나면 김수영이 번역한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실 최근의 제 관심사가 다른 방향으로 약간 이동을 해서, 한동안은 여성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박인환, 김종삼, 전봉건 시를 읽고 있다. 김수영과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들을 지속적으로 읽어 나감으로써 김수영을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수영의 시만 들여다볼 때에는 보이지 않던 자리들이 보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lt;한겨레&gt; 창간 33돌 기념으로 마련한 ‘거대한 100년, 김수영’ 기획을 반년 만에 마무리하는 대담이 지난 13일 한겨레 사옥 안 카페에서 열리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왼쪽부터) 진행으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이경수 중앙대 교수, 맹문재 안양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창간 33돌 기념으로 마련한 ‘거대한 100년, 김수영’ 기획을 반년 만에 마무리하는 대담이 지난 13일 한겨레 사옥 안 카페에서 열리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왼쪽부터) 진행으로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이경수 중앙대 교수, 맹문재 안양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회: 세 분 모두 오랜 시간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얼마 전에 김수영문학관 운영위원장인 홍기원 선생의 논픽션 <길 위의 김수영>이 출간되었고, 김응교 교수의 책도 곧 나올 예정이다. ‘거대한 100년, 김수영’ 기획 연재 역시 필자들의 원고 수정과 보완을 거쳐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임을 알려드린다. 탄생 100주년 김수영의 문학과 삶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진행·정리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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