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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핀란드 박물관에서 빗살무늬 토기의 흔적을 보다

등록 :2021-11-19 05:00수정 :2021-11-19 21:50

‘미수’ 이른 역사학자 정수일…“문명은 교류에서 비롯”
1편 북유럽서 시작, 5편으로 계획한 ‘유럽문명 여행기’
세계 어선(御船)의 월계관이라고 불린 전함 바사호의 전모. 창비 제공
세계 어선(御船)의 월계관이라고 불린 전함 바사호의 전모. 창비 제공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 북유럽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정수일 지음 l 창비 l 2만8000원

나는 웬만하면 여행기를 안 읽는다. 가보기 전에 미리 김을 빼고 싶지 않고, 굳이 남의 눈을 통해 한 차례 걸러진 틀에 박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수일 선생의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 북유럽>은 감사히, 즐겨 읽었다. 내겐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다. ‘한겨레 실크로드 답사단’이 정수일 선생을 모시고 2005년 7월17일~8월25일 40일에 걸쳐 서울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답사할 당시, 일정 후반, 즉 이란, 시리아, 터키 여정을 나는 동행했다. 2주일 정도로 기억되는데, 방문 대상을 찾아가 직접 조사하고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물론 숙식을 함께하면서 그가 어떤 구상을 갖고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나는 얼결에 동행이 결정된 터였다. 여정은 물론 대상에 대한 귀띔이나 사전조사가 없어 정말 망연했었다. 그러기에 선생의 답사방식이 사무치게 뇌리에 박혔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든 것은 그런 탓이 크다.

<문명의 모자이크 유럽을 가다 1 북유럽>은 모두 5편으로 기획된 유럽문명기행 중 첫째 권 북유럽 편으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를 다룬다. 지은이는 경상북도에서 추진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7년 5월19일부터 7월7일까지 48일간 유럽 15개국을 답사한 바 있다. 이번 책에 담긴 4개국은 여정의 첫 부분 6월2일까지에 해당한다.

실크로드 전문가로 사막, 초원 실크로드는 물론 해상 실크로드를 답사하면서 문명은 교류하면서 만들어지며 선진-후진 구별이 무의미하다는 지론을 가진 지은이는 유럽답사에 대한 시각과 태도가 분명하다. 그들의 문명이 다문명 모자이크임을 입증하고 분별없이 으쓱대는 그들의 민낯을 드러내어 보여주자는 것. 올해로 여든여덟 미수를 맞은 지은이의 의욕은 대책 없이 크고 강하다. 여는 글에서 펼친 유장한 그의 유럽론은 길지 않은데도 네 개 나라를 다룬 각론의 목을 죈다.

코펜하겐, 리베(이상 덴마크), 오슬로, 베르겐, 송네피오르, 예이랑에르피오르(이상 노르웨이), 스톡홀름(스웨덴), 헬싱키(핀란드)를 거치며 그의 시각을 통과해서 전달되는 정보들이 의외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가이드를 자청한 지은이 둘째누님의 외손녀가 코펜하겐 공항에서 “다주라오예(大舅老爺)”(큰 외삼촌어른) 하며 한달음에 달려와 안기는 장면에서 무장해제된 탓도 있지 싶다. 지은이는 장소성을 지명 유래로 시작한다. 덴마크는 백사장(덴)+나라(마크), 노르웨이는 ‘북방으로 통하는 길’, 코펜하겐은 상인(코펜)+항구(하겐), 스톡홀름은 통나무(스톡)+섬(홀름) 식인데 생각 밖으로 효과적이다.

박물관은 필수코스이며 모든 것에 우선하여 소개한다. 핀란드 국립박물관에서 암사동 출토 빗살무늬 토기와 신통하게 흡사한 토기를 발견하고 소스라치는 경험. 덴마크 국립박물관 1층에서 유사 빗살무늬 토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주장한 ‘즐문토기문화대’, 즉 신석기시대 북방 유라시아에 동서를 가로지르는 빗살무늬 공유지대가 있는데 그것이 초원 실크로드의 시원이라는 설을 입증하는 사례로 본다. 덴마크 바이킹 박물관에서 전통 뿔잔이 가야토기와 흡사한 것을 보고 동서문명교류의 징표라며 흥분하는 모습은 눈에 선하다.

노르웨이 콘티키박물관은 지은이처럼 문명교류 연구에 꽂혔던 토르 헤위에르달을 기리는 곳. 헤위에르달이 1947년 잉카인의 폴리네시아 이주설을 증명하기 위해 띄운 뗏목 콘티키호에서 박물관 이름을 땄다. 뗏목은 페루에서 출발해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건너 폴리네시아까지 97일간의 항해에 성공한다. 그는 이집트인이 중남미로 건너가 잉카, 아스텍 왕국을 세웠다는 가설을 세워 모로코 사피항에서 대서양을 횡단해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 섬에 이르는 항해에도 도전했다.

스웨덴 바사박물관은 1628년 침몰한 대형 전함을 333년 만에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건져올려 전시하는 곳이다. 전함은 선원 145명을 태우고 첫 항해 30분 만에 침몰하여 50여명이 죽었다. 국왕의 독단과 그에 대한 맹종이 원인. 설계를 바꿔 한 개의 갑판을 3층으로 만들고, 1개 포열갑판을 2개로 늘려 대포 32문을 64문으로 늘렸다. 하단 갑판의 포문은 수면에서 불과 1.2m 높이였다니….
초대 핀란드 총독이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 동상. 창비 제공
초대 핀란드 총독이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 동상. 창비 제공

못 생긴데다 눈치가 없었다는 안데르센, 덴마크 중흥의 할아버지 그룬트비, 화훼의 나라로 만든 엔리코 달가스를 넘어 구렁이 담 넘듯 한국의 농촌계몽가 유달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대목을 보면 영낙 없는 할아버지다.

이들 네 나라의 복지국가로서의 민낯(본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힘겨워 보인다. 누가 시도해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지은이는 주로 자료를 정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행문이라기보다 보고서를 보는 느낌이다.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유럽문명이 모자이크임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는가. 바이킹족이 우크라이나를 거쳐 9세기 중엽 키예프 루스를 건국하고,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진출했으며 865년부터 1066년까지 200년 동안 잉글랜드 대부분을 통치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에 해당할까. 오슬로공항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지나며 15개의 구름다리가 모두 모양새가 다른 것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과 함께 모자이크식 유럽문명이 공유하는 한 단면을 본다는 설명에 이르면 의욕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음을 알겠다. 1편은 맛뵈기려니 2~5편에서 목적을 이루리라 믿는다. 걸기대.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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