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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이런 곳에 ‘북한학 전문서점’이라고요?

등록 :2021-11-12 05:00수정 :2021-11-12 09:50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이나영책방

동네에서 책방을 하기로 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서울 관악구 조원동은 25살에서 34살까지 1인가구 비율이 높다. 지하철 2호선을 끼고 있어 출퇴근이 용이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그러나 베드타운의 성격이 짙어 문화소비가 원활하지 않은 곳이다. 여기서 동네책방을 하겠다? ‘북한학 전문서점’을 열겠다고?

책방을 처음 찾아오는 분들은 항상 묻는다. 첫째, 왜 북한학 전문서점이에요? 둘째, 왜 이나영책방이에요? 두 번째 질문부터 답을 하자면 사장인 나의 이름이면서, ‘이것이 나의 영감’의 줄임말이다.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출판사 ‘힐데와소피’와 나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각자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을 다르게 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꾸리는 작은 책방이 동네 사람들의 영감 충전에 도움이 되길 원하는 마음을 이름에 담았다.

이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사실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책방을 운영하는 멤버들이 북한학 혹은 평화학을 전공했거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관련 업무 경험이 중첩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분야로 서가를 꾸려보자고 입을 모았다. 동네 책방의 핵심은 뾰족한 전문성이라 생각해서였다. 북한 문제, 더 나아가 분단 문제는 사회 곳곳에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나와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관련 정보를 일상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대학원 시절 북한과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북한 물품이나 해외에서 사 온 책들도 전시해두었다. 아쉽게도 북한 서가가 흥미를 끌기엔 역부족이지만 우리는 일말의 책임감을 갖고 한반도에 관한 책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아, 그렇다고 우리 책방이 북한 관련 책만 파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책방은 지난 6월25일에 문을 열었다. 운영 노하우도 아직 쌓이지 않았고 멘탈이 흔들리는 순간이 가끔 찾아오지만, 작은 공간을 찾아주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 피로를 잊는다. 자영업자 인터뷰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면 ‘에이, 진짜?’ 하고 생각했는데 과장의 언어가 아니었다. 책방을 시작한다는 에스엔에스(SNS) 알림이 뜨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온 대학생 친구들, 매달 분야별 책을 신중하게 한 권씩 골라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동네 손님과 우리 책방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북한 관련 책에 관심을 가져주는 손님들 덕에 재미가 있다.

<로컬 지향의 시대>라는 책에는 마을에 서점이 사라지는 것은 지역문화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적혀 있다. 나는 책방이 있는 이 동네가 집값이 싸고 덜 개발되어 젊은 사람들과 이주민이 그냥 거쳐 가는 동네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설령 잠시 머문다 해도 작은 동네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고 연결된 사람들과의 좋은 경험을 간직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 동네에도 재미난 책방이 있어!”라고 자랑할 수 있는 명물이 되기를 기대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보려 한다.

글·사진 이나영 ‘이나영책방’ 대표

이나영책방

서울특별시 관악구 조원동 550-13 3층

instagram.com/nayoungga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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