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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미술도 철학도 처음이라면!

등록 2021-09-24 05:00수정 2021-09-24 09:49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이진민 지음 l 한겨레출판 l 1만8000원

<아담의 창조>라는 벽화가 있다.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의 일부다. 창조주 하느님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마치 영화 〈E.T.〉 속 한 장면처럼 손가락을 맞대기 직전이다.

익숙한 장면이지만 이들의 손가락을 클로즈업하면 뭔가 생경한 모습이다. 하느님은 기를 쓰고 아담에게 다가서는데, 정작 아담은 나른하게 누워 굽은 손가락만 겨우 내밀고 있다. 왜 그럴까? 전통적인 관점은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백지 상태 아담에게 지성과 윤리 같은 ‘인간다움’을 부여하려는 창조주의 의지를 장엄하게 그린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창조주와 아담의 관계의 비대칭에 주목해, 인간을 주인공 자리에 놓는 상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관계의 전이는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까지 도달한다. 미술 작품을 앞에 두고 마음껏 생각을 뻗어 나가는 ‘사유 놀이’가 철학과 신학의 오랜 긴장에 다다르는 순간이다. 이어 지은이는 빈 유리병을 그려놓은 리카 반도의 <메이슨 자>라는 작품에서 인간됨의 기원을 찾고, 사과나무를 그린 몇 개의 작품을 통해 근대 입헌민주주의 기원을 마련한 홉스와 로크, 루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한다.

미술과 철학, 관심은 있지만 뭔가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던 기자는 책의 첫 장부터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서문에서 “20대 때 술집 드나들듯, 미술을 0.1도 모른 채 미술관에서 놀았다”고 ‘입덕’의 계기를 털어놓는데,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펼쳐도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술이야말로 철학의 불을 켜는 좋은 ‘스위치’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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