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영양읍에 사는 주민 최원석(45)씨는 옷을 사려면 경북 안동시에 가야만 한다. 영양에서 안동까지는 60㎞나 떨어져 있는데 도로가 좋지 않아 차로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병원을 가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안동을 갈 때 앞에 짐을 실은 트럭이나 경운기가 느린 속도로 가고 있으면 낭패를 본다. 영양에 있는 모든 도로는 편도 1차로인데다가 구불구불해 추월할 수가 없다. 추월을 하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어야 한다.

최씨는 “구불구불한 1차로 도로에서 추월을 하다가 사고가 나거나 절벽에서 도로로 돌이 떨어져 이를 피하려다가 사고 나는 경우가 있다. 내륙 최대 오지 주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설움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북 북동쪽에 있는 영양은 내륙 최대 오지로 꼽힌다. 면적은 815㎢로 서울(605㎢)보다 넓다. 하지만 영양 인구는 1만7000여명으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섬인 울릉군을 빼고 가장 적다. 영양에는 없는 것이 많은데 기차역, 고속도로, 편도 2차로 도로가 아예 없다. 영양에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동청송영양나들목인데 차로 25㎞, 30분을 넘게 가야 한다. 국도도 영양 남북을 지나는 31호선과 동해안으로 가는 88호선 단 2개뿐이다. 워낙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청정지역이라 밤하늘에 별이 잘 보이다 보니 국제밤하늘협회는 2015년 10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영양을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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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교통이 좋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보니 영양군은 2016년 8월29일~9월6일 1000명을 대상으로 도로 여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주민들은 영양군의 거주환경이 나쁜 이유로 ‘도로 여건이 나빠서’ ‘교통이 불편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도로 확장에 대해서는 왕복 2차로인 국도 31호선 국도를 왕복 4차로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영양군은 이후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국도 31호선 영양~청송 구간 16㎞를 확장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유동인구가 적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급기야 오도창 영양군수는 지난 4월 국도 31호선 확장을 호소하는 서한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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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군수는 “영양은 오지라는 이유로, 사람이 적게 산다는 이유로 불평등한 출발선에 서 있는데 그 불평등이 더 커질까봐 걱정이다. 단순히 인구가 적어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영양 주민들이 평생 이런 위험한 도로를 다녀야 한다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맞지 않다. 경제성의 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을 배려해준다고 중앙 정부가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