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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크게 다친 노동자가 4시간 넘게 응급 수술을 받을 병원을 찾다가 결국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부산시 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 등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2일 아침 8시11분께 부산 기장군의 한 공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자재를 들고 2층에서 계단을 내려오던 70대 ㄱ씨가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고 발생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ㄱ씨 경추 보호대 등 골절 의심되는 등 쪽을 고정하는 등 응급치료를 했다. 부산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당시 ㄱ씨는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의식이 있었다. 팔과 다리, 가슴에 통증을 호소했다. 이 부분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머리 뒤쪽에 출혈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119구급대는 기장군과 해운대구, 부산진구, 경남 양산의 병원 8곳에 이송을 문의했지만 모두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며 거절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당국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19구급대의 병원 이송 요청에 해운대백병원·양산부산대병원은 ‘정형외과 불가’를, 수영센텀병원은 `‘중환자실 없음’, 기장병원은 ‘상급병원 권유’, 부산백병원·부산대병원은 ‘인력부족’, 동아대병원은 ‘신경외과 불가’를 이유로 거절했다.
결국 이날 오전 8시40여분께 119구급대는 9번째로 연락한 부산 서구의 고신대복음병원에서 수술은 불가능하지만 진료는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사고가 발생한 기장군에서 50㎞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119구급대는 고신대복음병원까지 30여분 정도 달려 이날 오전 9시23분께 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병원 응급의료진은 등뼈 골절로 폐가 손상될 수 있어 ㄱ씨의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병원 쪽은 “흉부외과 등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이 불가능했다. 결국 수액을 놓는 등 바이털 유지에 힘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병원 쪽이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는 도중 결국 ㄱ씨는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난 이날 낮 12시24분께 숨졌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자료를 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2일 아침 8시 기준 부산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29곳의 응급실 일반병상 가동률은 24.6%, 중환자실 64.1%, 응급실 전용 중환자실 25%, 수술실 36.9%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응급실 의사 수도 감소했고,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각 의료기관에서 흉부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 등 일부 과별로 진료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병원 응급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사회복지연대는 분석했다.
이성한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응급실 의료진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위험 의료기관에 군의관, 공중보건의 파견에 나선다고 하지만, 응급실 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부산시와 29개 응급의료기관장이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