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에서 여름휴가차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은 황영심(41)씨는 포항 도착 전 1시간30분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파리 출몰 지역을 실시간으로 검색했다. 동해안 ‘해파리 주의’를 알리는 뉴스를 여러차례 봤기 때문이다. 황씨는 “해파리 있으면 발만 담그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다행히 해파리를 아직 보진 못했다”며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7일 찾은 영일대해수욕장은 여름휴가철을 잊은 듯 조용한 모습이었다. 이날 포항의 낮 최고 기온은 34도까지 치솟았고,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 해수욕하기 좋은 날씨였으나 해수욕장 파라솔에 앉은 피서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피서객 일부가 포항시가 해파리·상어 안전지대로 표시한 그물 안쪽에서 삼삼오오 해수욕을 즐길 뿐이었다. 모래사장 한쪽에는 소방당국이 마련한 해파리 임시 야적장도 보였다.
해마다 여름이면 포항을 찾는다는 대전시민 김아무개(38)씨도 한산한 바다를 보고 놀랐다. 김씨는 “해파리 소식은 들었지만 안전망 안에서만 놀면 괜찮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휴가철에 이렇게 사람이 없던 적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방문자가 줄자 상인들은 막막한 심정이다. 영일대해수욕장에서 6년째 파라솔 대여 매장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5)씨는 빈 파라솔 아래 테이블 위 먼지를 떨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됐거든예. 원래 우리 아들이랑 같이 장사하는데, 요새는 내 혼자 나옵니더. 작년보다 손님이 반틈(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애. 우리는 여름 한철 묵고사는데 답답지.”
실제 포항의 해수욕장 이용객은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 6일 문을 연 포항 해수욕장 이용객은 10만6402명으로 지난해(23만6007명)보다 55% 줄었다. 이날까지 경북 전체 해수욕장 24곳의 누적 이용객 수도 28만8802명으로 지난해(33만4302명)보다 35.2% 줄었다.
동해안 해수욕장에 피서객의 발길이 끊긴 데는 역대급 폭염에다 해파리 떼가 출몰한 탓이 크다. 해파리주의보는 지난달 5일 제주 해역에 내려진 뒤, 12일엔 경북, 23일 강원도까지 확대됐다. 이 해파리는 강독성 노무라입깃해파리로 무게 100㎏, 몸길이는 1m에서 길게는 5m가 넘는다.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해파리 특성상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날이 지속되면 증식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실제로 해파리 쏘임 사고도 크게 늘었다. 경북 지역 해파리 쏘임 사고는 올해만 856건으로 지난해(6건)보다 143배 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해파리 탓에 어민들도 울상이다. 포항에서 20년째 오징어잡이를 하는 김동민(70)씨는 “해파리 걸려서 그물망도 탈 나고, 오징어도 잘 잡히지 않아 어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했다. “지금 나오는 해파리는 기자님보다 더 클 끼라예. 그냥 뻔히 쳐다보는 수밖에 없지. 조류 따라 흘러가기만 기다리야지 하는 수 있겠십니꺼.” 오징어를 손질하던 김씨가 체념한 듯 말했다.
또 다른 어민 강아무개(38)씨는 최근 기후변화 탓에 동해안 생태계 전체가 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이 점점 뜨거워지니까 몇년 전부터 참치가 잡히기 시작했다. 참치는 오징어, 고등어를 잡아 먹는다. 우리 어민들 주요 생계수단인 오징어, 고등어 씨가 마르는 것 같다. 해파리도 문제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생태계 변화가 심하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해파리 급증에 대응해 지난달 예비비 8700만원을 편성해, 해수욕장 상어 방지 및 해파리 차단 그물망을 설치하고 인명구조요원 등 전문인력 412명을 배치했다. 지난달 예산 소진으로 해파리 1㎏당 300원에 사들이는 수매사업을 멈췄던 포항시와 영덕군도 예비비를 배정받아 다시 수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이 지난달 수매사업으로 잡아들인 해파리는 포항시가 570톤, 영덕군이 153.5톤에 달한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