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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21) 선수가 6일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올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허미미(21) 선수가 6일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올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할아버지, 메달 따 왔어요!”

6일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경북체육회 소속 허미미(21) 선수가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집실마을을 찾아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기적비(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적은 비석)를 참배했다.

허 선수는 여자 유도 57kg급 은메달과 유도 혼성단체 동메달을 땄다. 이날은 한국에 돌아온 뒤 첫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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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현조부 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군위군 의흥면으로 통하는 도로 근처 눈에 잘 띄는 암벽에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는 내용의 격문을 써 붙여 동포들에게 일제의 침략상을 알렸다. 그는 1919년 보안법 위반으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으며, 석방된 뒤 3일 만에 순국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허미미(21) 선수가 6일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기적비 앞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허미미(21) 선수가 6일 대구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현조부(5대조)인 허석(1857∼1920) 의사 기적비 앞에서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인 허미미 선수는 2021년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일본 유도의 최대 유망주로 꼽혔다. 지난 2022년 경북체육회에 선수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인 허무부씨가 허석 의사의 증손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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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가 달린 올림픽 단체복을 입고 할아버지를 찾은 허 선수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기적비 앞에 나란히 놓고 참배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제일 먼저 와서 할아버지께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할아버지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운동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꼭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올게요.”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