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공원 이름을 전두환 아호인 ‘일해’로 바꿔서 스스로 논란을 일으킨 경남 합천군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도 하기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해공원’ 명칭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쪽 모두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데다가, 일반 주민들도 참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군은 4일 “일해공원 이름에 대한 찬성·반대 단체에 공론화에 참여해달라고 다시 요청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의 반응을 보고, 이후 공론화 추진 여부와 일정을 조정할 방침”이라며 “현재는 안갯속에 있는 듯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합천군은 일해공원 이름 문제를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두달 동안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지난달 31일까지 공론화위원회 위원을 모집했다. 일해공원 이름에 찬성·반대·중립 의견을 가진 주민 10~15명씩을 같은 수로 모집해 30~45명 규모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감 결과 찬성 3명, 반대 2명, 중립 1명 등 신청자가 고작 6명에 불과했다. 일해공원 이름을 찬성하는 지역단체는 공론화 자체를 반대하며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해공원 이름을 반대하는 지역단체는 일해공원 이름의 정당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공론화라며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합천군 관계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주민들이 공론화 참여를 꺼리는 것 같다”며 “공론화 작업을 진행할 용역업체를 통해서 오는 9일까지 찬성·반대 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가 협조한다면 공론화위원 모집 재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군은 2004년 2000년대를 맞은 것을 기념해 68억원을 들여 합천읍 황강 근처에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합천군은 2007년 1월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공원 이름을 합천군 출신인 전두환의 아호 ‘일해’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바꿨다. 이후 17년 동안 공원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