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지난 29일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를 응원하는 대형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가 지난 29일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를 응원하는 대형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5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했으니 지역발전을 위해 재도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재도전은 돈과 에너지 낭비라는 비관론 역시 만만찮다.

박형준 시장은 지난 29일 새벽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완패하자 “우리 부산은 전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정부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하여 2035년 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 의견과 지역 여론을 살피겠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속마음은 ‘유치전 재수’로 기운 분위기다.

부산시 직원들은 대체로 재도전에 긍정적이다. 한 부서장은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지방의 위기를 느낀다. 메가 이벤트가 아니면 부산이 언제 수도권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느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재도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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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중론도 있다. 박재율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범시민유치위원회 시민위원장은 “개최지 결정이 이번처럼 돈 잔치와 물량 공세에 좌우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와 달리 박람회 유치의 실속이 많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부산시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에 실패하자 김해공항·시청 등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문구를 내걸었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는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에 실패하자 김해공항·시청 등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문구를 내걸었다. 김광수 기자

재도전 여부는 시민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국립대학의 김아무개 교수는 “세계박람회는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유치에 실패하면 매몰 비용이 크다. 2030년 세계박람회 도전은 오래전부터 추진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2035년 재도전은 부산시민들이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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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의견도 엇갈렸다. 전업주부 김나영(65)씨는 “정부·여당이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씁쓸하다. 그러나 낙담하지 말고 다음 세대를 위해 정치권 등에서 합심해서 다른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도전을 반대하는 이들은 재도전 역시 이번과 다를 바 없는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 자영업자 김진경(53)씨는 “다음 세대를 위해 2035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면 좋겠지만 두바이, 오사카, 리야드에 이어 다시 아시아권에 기회를 주겠느냐. 또 다른 희망고문을 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재도전은 실패에 대한 분석과 철저한 자기반성 뒤 시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이다. 왜 유치에 실패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채 다시 도전한다는 것은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도 “지금은 참패 원인을 꼼꼼하게 복기하는 게 우선이다. 2035년 재도전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