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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 야산 가족 묘지에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정대하 기자
3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 야산 가족 묘지에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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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 야산에 말쑥하게 정비된 가족 묘지가 눈에 띄었다. 봉긋이 올라온 봉분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유골함에 넣은 뒤 땅에 묻고 비석을 세운 평장묘였다. 11기의 평장묘들은 화강암 둘레석으로 세대별로 조성됐다. 가족 묘지 앞에 상석 하나만 뒀고, 망주석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 문중의 가족 묘지가 깔끔한 것은 풀이 보이질 않아서다. 평장 묘지 주변엔 잘게 부순 돌(쇄석)들이 깔려 있었다. 상석 아래는 인조잔디를 깔아 잡초가 나지 않았다. 인근 묘지들이 잡초가 무성하고, 일부 봉분 흙이 무너지는 등 묘지 관리가 되지 않은 것과 확연하게 달랐다. 그런데 쇄석 틈을 비집고 잡초가 올라오지 않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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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은 콘크리트 타설 공사였다. 고광옥(70) 나주고광석재 대표는 “요즘은 고령화로 묘지 벌초를 하기가 힘드니까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한 뒤 쇄석을 까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시멘트 묘지’는 외관상 보기가 거북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등장한 대안인 셈이다. 고 대표는 “한때 선호도가 높았던 가족묘 납골당은 외관이 ‘도깨비집’처럼 보인다고 해 요즘은 꺼린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의 한 가족묘지는 묘지 주변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해 잡초가 나지 않았다. 정대하 기자
전남 무안의 한 가족묘지는 묘지 주변 바닥을 콘크리트로 타설해 잡초가 나지 않았다. 정대하 기자

매장을 선호하는 유교계에선 ‘콘크리트 타설 묘지’엔 부정적이다. 서정택 성균관 전례위원장은 “농사를 짓고 살 땐 벌초가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힘든 일이 됐다”며 “고령화로 벌초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선대 묘지를 한곳에 모으는 것보다, 4대조 이상은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속학자 이윤선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전문위원은 “전통가치는 지켜내고 싶지만, 벌초가 힘들어 다양한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급속하게 화장문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장례 문화 대안이 무엇인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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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의 한 개인 묘지의 봉분에 인조잔디가 시공돼 있다. 정대하 기자
전남 무안의 한 개인 묘지의 봉분에 인조잔디가 시공돼 있다. 정대하 기자

사람들이 희망하는 장례 유형도 변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2023년 기준 희망 장례유형은 화장 후 봉안(35.2%), 화장 후 자연장(33.2%), 화장후 산· 강·바다에 뿌리는 장례(산분장·22.6%) 순이었고, 매장(8.5%) 선호도가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죽음도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