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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도 못 찾은 내 아들…전두환 고놈 말없이 뒤져 속 터지요”

등록 :2021-11-25 04:59수정 :2021-11-25 14:10

[전두환 사망 -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
‘5·18 실종자’ 당시 17살 임옥환군 어머니 김진덕씨
5·18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이 실종된 김진덕씨. 김진덕씨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이 실종된 김진덕씨. 김진덕씨 제공

“죽기 전에 우리 아들 뼛조각이라도 찾아야 할 텐데…. 전두환 고놈이 말 한마디 않고 뒤져부러 속이 터지요.”

전남 고흥에 사는 김진덕(77)씨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분노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 아들 임옥환(당시 나이 17·조대부고 2년)군은 1980년 5월 고흥 집으로 가기 위해 친구들과 자취를 하던 절을 나섰다가 지금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 매일 옥환이와 전화통화를 했다. 19일 저녁 ‘엄마, 나는 괜찮응께 걱정 말어’라고 옥환이가 말했는데, 이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임군과 전화 연락이 되지 않자 22일 광주를 찾았다. 버스가 다니지 않아 화순에서부터 걸었다. 임군이 머물던 절에서 “옥환이가 21일에 집에 간다고 나갔다”는 말을 듣고 김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임군이 향한 방향인 조선대학교 뒷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들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광주 전역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지만 아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은 임군이 죽었다고 생각해 6월2일 수의를 준비해 다시 광주를 찾았다. 고향마을 사람들도 임군 찾기에 동참했다. 시민 주검이 안치된 옛 전남도청 앞 상무관을 찾았지만 이미 주검들은 치워진 상태였다. 다시 조선대 뒷산을 찾았다. 계엄군이 입산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경찰에 사정을 설명한 끝에 산을 올랐다. 계엄군이 버리고 간 소주병, 빵 봉지, 방망이 등만 있을 뿐, 아들의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가매장이나 됐나 싶어 맨손으로 땅을 파보며 다녔지만 허탕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실종된 임옥환군.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실종된 임옥환군.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훗날 임군과 함께 자취방을 나섰던 친구는 산을 넘던 도중 총소리가 들려 모두 흩어져 도망간 게 임군과의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아버지 임준배씨는 5·18행방불명자 가족회 회장을 맡았고, 김씨 가족은 다른 5·18 희생자 유족과 함께 “아들을 찾아내라”며 광주, 서울 등을 돌며 투쟁에 나섰다. 그때마다 김씨 가족을 감시하고 있던 읍사무소 직원은 “가지 말라”고 말렸다. 김씨에게는 읍사무소 직원이나 전두환이나 똑같이 나쁜 사람으로 보였다.

5·18 연구자들은 임군 실종이 진압군으로 내려와 있던 7공수여단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계엄군은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이후 시민 저항이 거세지자 광주 외곽 차단작전을 펼쳐 광주를 고립시킨다. 조선대에 주둔하고 있던 7공수여단(장교 포함 872명)은 이날 오후 조선대 뒷산을 따라 광주~화순 경계지역인 너릿재로 이동했다 . 걸어서 화순 쪽으로 가려 했던 임군 동선과 일치한다 .

아들 유골이라도 찾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김씨는 “남편이 ‘살아서 옥환이 뼈도 못 찾고 죽겄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전두환은 편히 죽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가 인정한 5·18 당시 실종자는 모두 84명으로, 이 중 6명은 2001년 묘지 이장 과정에서 신원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78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특히 무연고 실종자는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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