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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대신 햇빛 긁어모았더니…“짭짤하네요”

등록 :2021-08-31 04:59수정 :2021-08-31 08:07

폐염전에 태양광 발전·이익 공유
안좌도·자라도 등서 조합 설립 뒤
분기별로 최대 36만원 ‘햇빛연금’
군, 2년 내 1.8GW 규모로 확대 예정
신안군 안좌면 읍동리에 내걸린 2분기 햇빛연금 지급 홍보 펼침막.
신안군 안좌면 읍동리에 내걸린 2분기 햇빛연금 지급 홍보 펼침막.

찜통더위로 전국이 헉헉대던 7월29일, 대한민국 섬의 3분의 1인 1천여개를 품에 안고 있어 ‘1004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을 찾았다. 10㎞ 길이 천사대교 등 해상교량 4곳을 거쳐 신안군 한가운데에 있는 면소재지인 안좌도(안좌면) 읍동리에 도착했다. 마을 들머리에 ‘2분기 태양광 이익 배당금 지급’이라는 펼침막이 높다랗게 내걸려 있었다. 읍동항 안좌면 태양광조합으로 향하는 길목 세곳에서도 같은 펼침막이 나타났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 혹시 다단계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어.”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진(65) 구대리 이장이 말했다. 그는 “폐염전을 활용해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익을 나눈다고 해도 긴가민가한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진짜로 주네’라며 사실로 받아들인다”며 “조합을 만들 땐 ‘한번 주고 챙겨서 튄다’거나 ‘부도나면 책임져야 한다’는 등 별별 황당한 소문이 돌아다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안좌면 주민한테 지급된 2분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주민 배당금.
안좌면 주민한테 지급된 2분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주민 배당금.

안좌면태양광조합은 지난 4월26일에 이어 7월22일 96㎿ 규모 발전에서 얻은 이익을 나눈 햇빛연금을 주민 1인당 12만~36만원씩을 지급했다. 주민들은 사업 참여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회비 1만원만 내면 분기별로 햇빛연금을 받게 된다. 총투자비 2826억원 가운데 113억원(4%)을 조합 명의로 대출해 충당했지만, 사업자가 발전시설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비용도 책임지기에 조합이나 주민의 위험 부담은 없다고 한다.

안좌면 남쪽에 딸린 작은 섬 자라도에도 조합이 설립돼 두차례 햇빛연금이 지급됐다. 장철수(67) 자라도태양광조합 이사장은 “대대로 함께 살아온 마을인데도 (태양광조합을 두고) 주민 사이에 이견이 많았다. ‘100문 100답’ 홍보문건까지 만들어 몇달 동안 설명한 끝에 겨우 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며 웃었다.

다만 주민 20%가량은 아직도 고개를 내젓고 있다고 한다. 주민 김아무개(29)씨는 “돈을 준다고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15만4천V의 송전선로에서 전자파가 나온다거나 전기저장장치 소음이 마을까지 들린다는 등 이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의 드론 사진. 신안군청 제공
전남 신안군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의 드론 사진. 신안군청 제공

하지만 7억원 규모 햇빛연금이 풀리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현금은 아까워서 못 쓰는데 지역상품권으로 주는 햇빛연금은 부담 없이 쓸 수 있어 ‘효자’”라며 “오랜만에 파마도 하고 이웃끼리 식사도 한다”며 좋아했다. 최상효(54) 신안농협 안좌지점장은 “4월 말과 7월 말엔 식당·마트·카페 등지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며 “하나로마트의 매출액도 2~3월에 견줘 2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발전용량 확대에 따라 내년엔 안좌도의 햇빛연금이 3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박두훈 안좌도태양광조합 사무국장은 “내년 말 지급액이 분기 12만원에서 한달 12만원으로 올라간다”며 “군청과 조합에 문의전화가 200통 이상 걸려왔고, 조합 가입자와 지역 전입자가 증가하는 등 변화가 뚜렷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4월 이후 안좌면엔 126명(자라도 17명 포함), 지도읍엔 134명(사옥도 59명 포함)이 새로 전입해 왔다. 1983년 11만8700명으로 정점을 찍은 군 인구가 2010년 4만5428명, 2020년 3만8938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신안군은 재정자립도가 6.4%로 전국 최하위권이고, 60대 이상 인구 비율이 47.5%에 이르는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다.

대부분 섬들로 이뤄진 신안군 면적(655.5㎢)은 서울보다도 넓다. 바다 면적은 전남도 육지 넓이와 비슷할 정도로 광대하다. 특히 일조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바람 세기가 초속 7.2~7.3m로 일정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유리하다. 신안군이 지난 2018년 햇빛과 바람 등으로 에너지사업을 할 때 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고 사업에 동의를 얻기 위해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조례 제정 뒤 충남과 경남을 비롯해 태안, 부안, 양구, 영광, 여수 등 자치단체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정상권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장이 태양광발전소를 소개하고 있다.
정상권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장이 태양광발전소를 소개하고 있다.

신안군은 안좌도(96㎿)와 자라도(24㎿) 말고도 섬 6곳에서 햇빛발전을 추진 중이다. 오는 11월부터는 100㎿ 규모 발전을 시작하는 지도에서 연간 20만~60만원, 50㎿급인 사옥도에서 연간 80만~240만원의 햇빛연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2023년엔 비금도(300㎿), 신의도(200㎿), 임자도(96㎿), 증도(91㎿)로 사업을 확대해 주민 1인당 연간 28만~324만원이 돌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신안군 전체 햇빛발전 규모는 2년 안에 1.8GW로 늘어나게 된다.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을 통한 바람연금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8.2GW(한전 3.5GW, 민간 4.7GW) 규모 해상풍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도록 돕고, 주민들은 마찬가지로 조합을 통해 바람연금을 받는 식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지난 2019년 우이도 남쪽(한화건설 400㎿), 자은도 서쪽(포스코에너지 300㎿), 자은도 북쪽(에스케이이엔에스 96㎿)에서 허가가 나 사업이 착수됐다.

2.4GW의 부유식 해상풍력도 검토 중인데, 이 분야 세계 1위인 덴마크 사업자가 관심을 표명해왔다고 한다.

2030년까지 이런 청사진이 실현되면 신안은 원전 12기와 맞먹는 12.4GW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주민들은 발전소와의 거리 등에 따라 많은 경우 한해 햇빛연금 600만원, 바람연금 600만원을 따로따로 받을 수 있다고 군은 전망한다.

특히 해상풍력의 연간 개발이익 1조원 중 3000억원을 해마다 전체 군민한테 돌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연안에 높이 120m, 날개 길이 70m인 타워 1026개를 설치하려면(8㎿ 기준) 어선 200척과 어민 2000여명의 폐업을 전제로 원만한 협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에는 자본도 인구도 없지만 자원이 많다”며 “낙후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그 이익의 일부를 주민한테 돌려드리는 제도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의 내부 모니터.
전남 신안군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의 내부 모니터.

사업자들도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에 찾은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 모니터에는 발전량과 충전량 등이 뜨고, 집광패널과 저장장치 등이 한눈에 보였다. 폐염전 위 89.1만㎡(27만평)에서 96㎿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내년 10월까지 297만㎡(90만평)에 300㎿로 확장될 예정이다.

업체 쪽은 “개발업자들이 이익을 챙기고 주민은 피해만 본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 암암리에 일시적으로 쏟아붓던 민원처리 비용을 제도적으로 주민한테 분배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밝혔다. 정상권 발전소장은 “주민이 참여하면 정부 방침(가중치 0.2 적용)에 따라 한전에서 1㎾당 141원에 매입하던 전기를 154원에 사주었기 때문에 손해 보지 않는다”며 “발전 순이익의 30% 정도를 주민한테 되돌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는 “신안의 실험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방쇠퇴 대응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모델이다.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은 지역순환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안 읍동항 여객선터미널에 입주한 안좌면태양광조합 사무실과 임원들.
신안 읍동항 여객선터미널에 입주한 안좌면태양광조합 사무실과 임원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전입주민에까지 혜택, 청장년층 귀어귀촌 유도

지역현실 반영한 혁신 기본소득 모델로 눈길

신안군은 일조량이 많아 염전이 잘됐던 고장이다. 그래서일까. 태양광발전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민원이 빗발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개발이익 주민공유’였다.

신안군은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국내 최초로 제정했다. 신안군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할 경우, 주민과 신안군이 발전소 설립법인 지분의 30% 이상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 참여하도록 강제했고,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추가 가중치’ 이익을 전부 주민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주민들은 발전소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배당금을 받는데, 이를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내에서 소비되도록 유도했다. 한편, 새로 전입한 주민에 대해서는 연령과 거주기간에 따라 배당금에 대한 권리를 차등화하는데, 만 30살 이하 전입 주민에게는 혜택을 줘서 청년층의 귀어귀촌을 유도하고 있다. 신안군의 조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련 지침에 근거를 두되, 지역 현실을 반영해 재설계한 지방자치의 혁신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신안군은 태양광으로 시작된 개발이익 공유제도를 풍력발전까지 확대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8.2GW의 해상풍력이 완공되면, 지역에 따라 1인당 최대 연 1200만원의 ‘햇빛과 바람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신안형 신·재생에너지 기본소득 실험도 가능할 전망이다.

송정복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wolstar@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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