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가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경포해변에 야자수를 심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경포해변에 워싱턴야자와 카나리아야자 등 야자수 50그루를 심었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경포해변이 해송과 어우러진 ‘친근한 바다’였다면, 이번에는 야자수와 어우러진 ‘이색적인 바다’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강릉시의 설명이다.
문제는 겨울철 강릉은 야자수가 자랄 정도로 따뜻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 탓에 강릉시는 기온이 떨어지는 11월께 야자수 50그루를 뽑아 이식할 계획이다. 강릉시는 민간 업체에서 이 야자수들을 빌렸는데, 두어달 경포해변에 야자수를 심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1500만원이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포지역이 지역구인 조주현 강릉시의원은 “기후가 맞지 않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경 관점에서 보면 시민과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재안 강릉시의원은 “이국적인 것도 좋지만, 강릉을 상징할 수 있는 수종을 선택해 지역을 홍보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또 11월이 지난 뒤에는 경포해변에 야자수가 자란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한 관광객이 야자수를 볼 수 없는 일도 생긴다. 이는 관광 정책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경포해변 야자수 설치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 측면에선 결코 좋은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좀 더 일찍 심었으면 해수욕장 개장 기간 등 더 오랜 기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 늦게 심다 보니 고작 2개월 정도 있다가 다시 파내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내년 확대 여부 등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에 시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뒤 반응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