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의 충주 정착기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시리아에서 온 ㅁ(44)씨는 지난달 20일께 아내 ㅋ(33)씨, 두 딸(15·3)을 데리고 충주로 이사했다. 제주에서 생활하던 ㅁ씨 가족은 지인의 권유로 중동인 모임 등이 형성돼 있는 충주에 거처를 마련했다.
하지만 ㅁ씨 가족은 최근 전입신고와 두 자녀 취학 등을 위해 충주 용산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가 벽에 부딪혔다.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한 이방인의 충주 정착은 쉽지 않았다. ㅁ씨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2012년 제주에 왔다. 2년 뒤 아내와 큰딸도 제주로 데려와 10년을 지냈다. 그사이 작은딸이 태어났고, 수차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도 해마다 출입국사무소를 찾아 ‘인도적 체류허가’(G1비자)를 갱신하면서 지낸다.
ㅁ씨 가족의 사정을 안 용산동 행정복지센터가 이들의 정착 도우미로 나섰다. 용산동 복지센터는 충주교육지원청에 ㅁ씨 가족 상황을 알리고, 큰딸의 전학과 작은딸의 유치원 입학을 요청했다. 다음엔 ㅁ씨 취업 알선에 나섰다. 시리아에서 자동차 정비·판매업을 한 이력, 제주의 세차장 등에서 일한 경력 등을 내세워 관련 업체 문을 두드렸다. 충주의 한 자동차공업사가 취업 문을 열었고, ㅁ씨는 지금 이곳에서 일한다.
용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거들었다. ㅁ씨 가족이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긴급생활비 50만원과 생필품 구매용 상품권 20만원, 큰딸 교복 구매비 등을 지원했다. 보건소의 부탁을 받은 충주의 한 치과는 ㅁ씨 아내 ㅋ씨와 큰딸을 두차례 무료 진료하기도 했다.
염태정 용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언어·얼굴은 달라도 지구 공동체라는 마음으로 시리아 난민 가족을 안은 지역 사회와 주민 등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행정복지센터는 “ㅁ씨 딸 ㄹ양이 ‘아빠 취업, 동생 유치원 입학 등 일이 잘 풀려 다행이다. 따뜻하게 맞아준 시민들이 너무 고맙고, 충주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