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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신화’ 꿈이 폐허로…전국 곳곳 ‘청년몰’ 폐점 잇따라

등록 :2021-05-10 04:59수정 :2021-05-11 02:10

콘텐츠 부족에 코로나19 불황…재방문율 낮아
지자체, 사후관리 강화·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4월28일 정오 인천 강화군 중앙시장에 들어선 청년몰 ‘개벽2333’ 출입문이 닫혀 있다.
4월28일 정오 인천 강화군 중앙시장에 들어선 청년몰 ‘개벽2333’ 출입문이 닫혀 있다.

지난달 28일 정오께 찾은 인천 강화군 중앙시장 청년몰 ‘개벽2333’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점포 대부분은 텅 비었고, 남은 일부 점포에는 먼지 쌓인 조리기구와 냉장고 등 집기들이 보일 뿐이었다. 출입문 입구에 붙어 있는 ‘영업 중’이라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였다.

고조선을 건국한 기원전 2333년의 도전정신을 담자는 뜻으로 지은 ‘개벽2333’처럼 창업 신화를 꿈꿨던 청년들의 공간은 사실상 폐허로 변했다. 4년 전 개장 때는 사뭇 달랐다. 섬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역사·문화유산과 관광 요소가 많은 강화도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청년몰에는 개장 초기인 2017년 4월 평일 500여명, 주말 1000여명이 몰렸다. 이색 먹거리 점포 15개와 소품가게 5개 등 상점 20개가 입점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제과점이 강화 외곽으로 옮겨 가며 청년몰에서 문을 연 가게 수는 ‘0’이 됐다. 제과점 주인(35)은 “강화군과 내년 연말까지 재계약을 했지만, 아무도 없는 청년몰에서 홀로 운영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인천 강화군 중앙시장에 들어선 청년몰 ‘개벽2333’ 전경.
인천 강화군 중앙시장에 들어선 청년몰 ‘개벽2333’ 전경.

‘청년몰’은 청년들에게는 창업 기회를 주고, 전통시장에는 젊은 고객들을 유치해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청년 창업지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강화군의 경우,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와 5억원씩 부담해 개벽2333을 조성하고 점포당 9.9㎡(3평)씩을 만 19~39살 강화 청년에게 임대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난 가게들은 새로운 창업자를 찾지 못해 텅 빈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60~70%가 먹거리 판매로 몰리고 초창기 지나면 홍보·교육 등 손놔

강화군은 2023년엔 청년몰을 폐쇄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계속해서 재모집 공고를 내고 있지만, 입점 문의 자체가 없다”며 “시설 의무 유지기간 5년이 만료되는 내년 이후 청년몰을 전면 폐쇄하고, 청년 창업 관련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 중구 신포 눈꽃마을 청년몰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8년 6월 개장한 뒤 텔레비전(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청년점포 21개(푸드트럭 8개, 상점 13개) 가운데 11개가 휴·폐점 상태다. 특히 푸드트럭 8개 가운데 문을 연 데는 한 곳에 불과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올해 3월 기준 전국 전통시장과 상가의 청년몰 현황을 보면, 전국 39곳 672개 점포 가운데 현재 175개(26%)가 문을 닫았다. 점포 4개 가운데 1개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청년몰 4곳 80개 점포를 제외하면 휴·폐업률은 더 높아진다.

2018년 12월 개장한 부산 중구 국제시장 ‘109인(in) 청년몰’은 14개 점포가 모두 떠나 운영이 중단됐다. 충북 제천 중앙시장 ‘청풀(full)제천몰’은 점포 19개 중 1곳만 운영 중이다.

전남 여수중앙시장 ‘꿈뜨락몰’, 서울 서대문구 이대앞 상점가 ‘이화52번가’ 등은 점포 운영률이 50% 안팎에 불과하다. 특히 2017~2018년 초창기 개장한 청년몰의 폐점률이 높다. 계약기간은 남아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휴업한 청년점포를 고려하면 실제 공실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경기 수원 영동시장 청년몰 ‘28청춘’은 28개 점포 가운데 휴·폐점을 신고한 곳은 5곳에 불과하지만, 실제 문을 연 점포는 10곳에 못 미친다.

발길 끊긴 인천 중구 신포국제시장 인근 청년몰 ‘눈꽃마을’.
발길 끊긴 인천 중구 신포국제시장 인근 청년몰 ‘눈꽃마을’.

청년몰 사업이 조기에 쇠락한 이유로는 창업 분야가 편중되고 빈약한 점이 꼽힌다.

청년몰 사업자로 선정되면 1년 치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은 물론 창업 관련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소자본으로 ‘창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년몰이 입점한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층과는 성격이 맞지 않고, 젊은층을 끌어들이기에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청년몰에 입주한 업종 60~70%가량이 간식 등의 먹거리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청년몰 재방문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인천 눈꽃마을에서 만난 김정미씨는 “차이나타운에 왔다가 소문 듣고 찾아왔는데, 점포들이 문을 다 열었다고 해도 다시 방문할 만한 요소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감염병 타격 겹치며 매출 바닥에 “재입점 이어질 선순환구조 창출을”

청년 상인들은 청년몰 조성 뒤 부실한 사후관리를 가장 큰 쇠락 원인이라고 꼽았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전국 청년몰 입점 사업주 등으로 구성된 전국청년상인네트워크의 백대훈 대표(황금상점 입주)는 “모든 청년몰은 조성 이후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홍보나 판로 개척, 지원 계획 등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지자체에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몰 상품 온라인 판매나 배달 등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여수시의 경우 꿈뜨락몰 임대료의 50%, 공동전기료와 청소 등 공용요금 월 50만원, 홍보비 월 100만원 등을 앞세워 청년몰 살리기에 나섰다. 개장 4년 차를 맞은 진주중앙지하도상가 청년몰 ‘황금상점’은 입점 점포가 확장 이전하고 신규 사업자가 새로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대표적인 곳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개선에 나섰다. 개선책의 초점은 지속가능성에 맞췄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창업’ 초기에만 집중된 지원 정책을 ‘인큐베이팅’ 개념으로 확대했다. 청년몰 창업 뒤 새로운 메뉴 개발, 홍보와 판촉, 판로 개척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도약사업’을 2019년부터 도입했다. 공모를 통해 ‘청년몰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면 공동마케팅, 상인기획단 운영, 메뉴 개발, 홍보, 컨설팅, 공동상품개발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창업 의지가 높은 청년을 선별하기 위한 ‘공개 경쟁’ 오디션도 새로 선보였다. 4단계 오디션을 거쳐 최종 우승자는 유명 셰프의 레시피와 기술을 전수받아 청년몰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인 ‘핵점포’(핵심 점포) 창업 기회를 얻게 된다. 청년몰에서 창업한 뒤 성장해 독자적인 점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전중앙시장 청년몰의 ‘골목막걸리’나 수원영동시장 청년몰의 ‘간식여왕’(웰빙 간식) 등은 성공 사례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는 청년점포 가운데 180곳은 재공모를 통해 입점했다”며 “앞으로 청년몰 수를 늘리는 것보다 성공한 점포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청년몰 활성화와 청년 상인 도약’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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