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28일 최근 이천시 부발읍의 한 젖소 사육 농가 송아지에서 기립불능(일어서지 못하는 증상)과 폐사를 유발하는 ‘보툴리즘’이 발생했다며, 농가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는 이천의 한 농가에서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약 9일간 송아지 4마리가 기립불능 증상을 보인 뒤 폐사했다는 신고를 받고 농가 예찰 및 검사 결과, 보툴리즘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발생농장과 주변 농장에 대한 임상예찰에서 특이증상을 추가로 보이는 소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툴리즘’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Clostridium botulinum)이 생산한 신경독소를 동물이 먹고 신경이 마비되는 중독성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뒷다리 근육마비로 주저앉고 눕거나 엎드리고,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며, 과하게 침을 흘린다. 또 앞다리, 머리, 목 근육이 마비되며, 호흡근 마비에 의해 증상을 보인지 1~3일 뒤 폐사한다. 30~45%의 높은 폐사율을 보이는 치명적인 질병이나, 동물에서 동물로 옮기는 전염성은 없다.

보툴리눔균은 외부 환경에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흙에 장기간 존재하다가 건초, 야채, 잔반이나 동물 사체에 침입해, 적당한 발육조건(공기가 없고 적당한 온도)에서 독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보툴리즘은 공식적으로 1999년 포천에서 처음 확인됐고, 2012년 포천에서 추가로 확인된 뒤 여러 지역에서 발병 또는 의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보툴리즘은 세균에 의한 감염이라기보다는 세균이 생성한 독소 중독증이므로 항생제를 투여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예방이 중요하다. 최권락 동물위생시험소장은 “죽은 동물의 사체나 부패한 건초, 사일리지 등이 사료에 섞여 급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심 사례 발생 시 사료 급여 중지와 함께, 오염원으로 추정되는 사료나 깔짚은 소각 또는 매몰하고 즉시 시험소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