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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검사키트’ 전도사, 오세훈의 언행을 ‘진단’해봤습니다

등록 :2021-04-15 07:59수정 :2021-04-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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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동안 “취임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말해왔기에, 취임 초기부터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초반에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신중·신속하게”로 속도조절에 나섰고, 코로나19 방역대책과 관해서는 자가검사키트 도입과 ‘상생방역’을 골자로 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완화 등을 강조하고 나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연 오세훈표 방역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난 일주일 동안 오 시장이 했던 코로나19 방역 관련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

일회용 진단키트 도입 검토하라(4월9일)

오 시장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 9일 서울시 간부회의를 열어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대책에 실패했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일회용 진단키트’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합니다.

당시 오 시장은 “사실 저도 전문적 식견은 없으므로 이 부분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며 “장단점을 검토해 달라”고 했는데요. 며칠 만에 ‘키트 전도사’가 됐습니다. 오 시장이 말한 ‘일회용 진단키트’는 중앙정부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자가검사키트입니다. 오 시장은 이를 ‘자가진단키트’라고 하기도 하고 ‘신속진단키트’, ‘간이진단키트’라고도 하면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용어의 혼선이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기 때문입니다. 자가검사키트는 본인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임신테스트기처럼 생긴 기기에 검체를 희석한 액체를 떨어뜨려 양성·음성 여부를 검사하는 키트를 의미합니다. 의료진이 직접 검체를 채취해야 하고 검사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6시간 이상 걸리는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보조·보완할 목적으로 도입됐죠.

그런데 ‘진단’이 아니라 ‘검사’라고 하는 이유는, 이 키트를 통해 나온 결과가 ‘진단’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키트를 통해 검사한 뒤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증폭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사전적인 검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양성이 나오더라도 유전자증폭검사를 통해 확정받아야 하는 겁니다. 지난 13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이런 이유로, 오 시장에게 자가진단키트라는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국내업체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연합뉴스
한 국내업체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나지 않아 국내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4월12일)

오 시장은 ‘서울형 상생방역’ 구상을 밝히면서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국내업체가 자가검사키트를 국외에 수출하기도 하는데, 식약처 허가가 나지 않아 국내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국내업체가 국내에서 판매하고 싶은데, 중앙정부가 허가를 안해줘서 못쓰고 있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12일까지 허가 신청이 접수된 자가검사키트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지난 12일 “3월 중순에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허가 가이드라인을 이미 업체에 공개하고, 조건에 따라 제출해달라는 안내를 했다”고 밝히면서, 당시까지 허가를 신청한 업체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가 사용하는 국내업체의 자가검사키트는 뭘 말할까요. 이는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판매되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말합니다. 임시선별검사소 등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때 신속항원검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보면 ‘사용시 유의사항’으로 “전문가용으로 개인 또는 비전문가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애초에 전문가가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을, 다른 나라에서 개인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해준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좋은 것을 우리나라는 왜 아직까지 안 썼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지만 자가검사키트, 즉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도입한 국가들은 확진자가 너무 많거나, 면적이 너무 넓어서 유전자증폭검사로 확진자를 검사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안되는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14일 0시 기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누적 353만4507건을 검사했는데, 신속항원검사를 한 것은 1만8529건에 그칩니다. 이를 통해 양성으로 판정된 것은 48건이었습니다. 이어진 2차 유전자증폭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것은 32건이고, 음성은 16건이었습니다. 검사의 민감도, 정확도가 낮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 신속항원검사키트 또는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서두르지 않았던 배경이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서 업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만들겠다”(4월12일)

오 시장이 자가검사키트를 강조하는 것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부의 영업시간제한 같은 방역수칙을 비판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자가검사키트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었죠.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업장에 입장할 수 있다면 영업시간을 늘려도 되고, 서민경제도 살지 않겠냐는 겁니다. 오 시장이 “규제방역 대신 상생방역”을 가능하게 한 핵심이 자가검사키트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런 구상은 수많은 전문가들의 반박에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진단검사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자가검사키트는 정확도가 높지 않을뿐더러, 다중이용시설 입장을 위한 ‘일회성’으로 쓰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다음날인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조처를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런 비판이 의식됐는지, 오 시장은 이튿날 다중이용시설 대신 학교·종교시설에서 사용하겠다며 은근슬쩍 말을 갈아 탑니다. 애초 노래방에서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시범사업도 학교로 대상이 바뀝니다. 14일 중앙정부 방역당국도 “학교와 콜센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결과적으로는, 양쪽 사이에 접점이 생기긴 했습니다. 오 시장으로서는 ‘성과’를 거둔 셈이지만, 그 사이 디테일한 논의 흐름을 보는 이들의 생각은 다를 것 같습니다. 국민이 민감해할 수밖에 없는 사안에서,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툭툭 던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이번주 중에 소강상태인 것이고요(4월13일)

오 시장의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전제로 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완화’가 더 논란이 됐던 것은 코로나19 4차 유행에 접어들었다는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데, 그것도 유흥업소 등의 영업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역대책을 만드는 것이 온당하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지난 13일 <엠비엔>(MBN) 방송에 출연해 ‘새로운 방역수칙을 적용했다가 확진자가 늘어나면 책임질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이번주 중에 지금 소강상태인 것이고요. 이번주에 서울시 안이 마련되고 다음주에 협의하면 2주 정도 흐르지 않겠습니까? 지금 현재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게 가닥이 잡힐 것이고 시행하려면 빨라도 2주, 늦어지면 3~4주, 식약처 승인이 나려면 한두달 걸릴 문젠데 지나치게 언론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방역수칙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이번주 중에 소강상태인 것 같다”는 말은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13일 0시 기준 서울의 신규확진자는 158명(전국 542명)이었지만, 이는 주말 검사건수 감소 영향으로 일시적인 ‘소강 상태’로 보는 게 대다수 견해이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기 몇시간 전인 13일 오후 6시 기준 신규확진자는 218명이어서, 더욱이나 ‘소강’이라는 말을 붙일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14일 0시 기준 서울의 신규확진자는 247명으로 56일 만에 최대치를 찍었고, 전국적으로도 731명이 확진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주 상황을 지켜보고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혀야 했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깁니다. 이날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도 서울시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감염경로 조사중인 확진자가 증가추세에 있어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4차 유행의 위험신호로 보고 앞으로 추이를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소강상태’라는 오 시장의 발언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상태로 보면, 오 시장이 구상하는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전제로 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완화’를 시행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방역수칙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늘고 있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방역 대처능력’은 해당 지자체의 확진자 숫자로 평가되곤 한다는 사실을 오 시장은 알고 있는 걸까요? 궁금증은 계속 이어집니다.

자가검사키트는 오 시장의 ‘치트키’가 될 수 있을까요? 오세훈표 상생방역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10여년 전 시장 시절에 겪어보지 못했던 감염병을 오 시장은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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