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피해 복구가 오래 걸리네요.”
이달 초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입은 김정현씨가 5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화재 피해로 물공급이 끊긴 321동의 동대표다. 김씨는 “처음에는 지하에서 불이 났으니 집까지는 큰 문제가 없겠지 생각했다”며 “어제 집에 들어갔는데 정말 처참한 상황이다. 솔직히 지금 집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다치고 차량 140여대가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불이 나고 5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기준 1500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 단지에는 물이 끊기고, 5개동 480여가구는 전기마저 끊겼다. 화재 피해로 집에서 거주가 어려운 입주민들 421명은 지자체에서 마련한 임시주거시설 7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이 입은 피해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정확한 화재 복구 시점은 불투명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복구업체 관계자는 “저녁 늦게라도 물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전기는 수요일까지는 들어오게 할 계획으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입주자대표회의가 설치한 ‘입주민 피해 접수용’ 천막에는 ‘수도 8월 6일 화요일 예정, 전기 8월 9일 금요일 예정’이라는 안내 글이 붙었다. 복구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임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식 복구는 지하에 있는 차량이 모두 빠져야 한다. 아직 정식 복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차량들은 견인차에 끌려 밖으로 옮겨졌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차들은 차주가 직접 옮기기도 했다.
경찰은 불이 난 전기차의 차주로부터 지난달 29일 오후 7시16분부터 주차 중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에 나섰으며, 오후 3시께에는 화재 시발점이었던 전기차를 주차장 밖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애초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분리하고자 했지만 이는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를 옮기는 과정에서 전·후면 범퍼와 모터 등이 분리되기도 했다.
경찰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해 국과수에 정밀감식을 의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차주를 불러 화재 당시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과 차량 구매 시기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차 제조업체에서 차를 보관할 장소를 마련해준다고 했지만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일단 서부경찰서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며 “제3의 장소에서 배터리를 분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