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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공장 화재 참사 현장에 도착해 잔해물 사이를 걷다 신발에 박힌 못을 빼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모습. 김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공장 화재 참사 현장에 도착해 잔해물 사이를 걷다 신발에 박힌 못을 빼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모습. 김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한걸음에 달려 가장 먼저 화재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잔해물 사이를 점검하다 신발 바닥에 못이 박힐 줄도 몰랐습니다. 별도 브리핑 준비 등은 일절 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조속한 화재 진압, 인명구조에 최선 등을 지시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안전하게 진입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도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참사’ 현장을 다녀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장 먼저 올린 글의 일부다. 200자 원고자 2장 분량의 글에서 김 지사는 희생자들에 대한 명복을 빌었고 ‘사고수습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이날 오후 1시를 전후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들의 안내로 화재 현장을 둘러보는 자신의 사진 5~6장도 글에 첨부했다. 특히 김 지사는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급히 도착해 처참한 화재현장을 점검하다 신발 밑창에 박힌 못을 빼내는 자신의 모습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김 지사가 이날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2시35분. 화재가 발생한 지 꼭 2시간 만이다. 큰 불길이 잡힌 시각인 3시10분인 점을 참작하면 그의 말처럼 지휘부로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것은 틀리지 않는 듯하다. 김 지사의 이날 행보는 ‘현장 도착 →점검→당부→대책회의→긴급 브리핑’ 등으로 이어진다. 당연하지만, 경기도 수장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면 급박한 화재 진압현장에서 소방 지휘관들을 대동해 사실상 브리핑을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진압에 방해가 될까 봐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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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형화재 참사가 벌어졌으나 경기도가 기자들에게 일체의 브리핑이나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점도 찜찜하다. 기껏해야 이날 오후 6시14분께 출입기자들에게 ‘지사님 긴급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내 ‘참석하실 기자분께서는 6시20분까지 언론사명과 기자 성함을 전송해 달라’는 문자만 달랑 전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이 거의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공개하며 대응 상황을 전파한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김동연 경기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김동연 경기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화급을 다투는 시각에 소방 현장 지휘자들을 이끌고 지사가 브리핑을 받는 모습이나, 신발에 박힌 못을 빼는 사진, 늦은 점심을 했다는 등의 김 지사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참사 현장을 도지사 홍보 현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될 정도다.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는지, 김 지사의 페이스북에서 신발에 박힌 못을 빼는 사진은 24일 밤 사라졌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