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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24일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당시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발화 초기 작업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기가 일어나자 손으로 배터리를 옮기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연쇄 폭발이 시작됐는데도 분말소화기로 진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평소에 리튬 배터리 화재에 대한 대처요령이 전혀 숙지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몇초 뒤 폭발이 일어났을 때 경보와 함께 내부의 모든 인원이 대피했더라면 20명 넘게 희생되는 대형 참사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한겨레가 25일 확인한 아리셀 공장 검수동(3동) 2층의 발화 당시 영상을 보면, 사람 무릎 높이로 쌓여있던 배터리 팩 더미에서 작은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폭발 전 배터리에 외부로부터 충격이나 열이 가해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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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처음 목격한 직원이 깜짝 놀라 몸을 피하자 같은 층에서 일하던 직원 몇 사람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배터리팩 더미 주변으로 모여든다. 곧바로 남성 직원 2명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배터리를 옮기기 시작한다.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도 2층에서 일하던 직원들 대부분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 하던 일을 계속하는 직원도 보인다.

연기가 피어난 지 25초쯤 지나면 배터리 팩에서 불꽃이 크게 일면서 2차 폭발을 시작한다. 그러자 배터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던 직원 2명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고, 그제야 앉아 있던 직원들 몇몇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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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은 4~5초 뒤 다시 한 번 일어났고, 이때부터 한 직원이 분말소화기를 들고 진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 소화기는 리튬 화재 진화가 가능한 특수 소화기가 아닌 듯 불길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

5초 뒤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어난다.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하던 직원들도 놀라 뒷걸음질 치지만, 소화기 분무는 계속한다. 이때부터 자리를 피하는 직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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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섬광과 함께 5~6차례 연쇄폭발이 일어나고 연기가 자욱이 화면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 뒤로는 암전이다. 4시간40분 뒤 영상이 찍힌 2층에서 근무하던 직원 가운데 21명이 최초 발화 지점의 맞은편 구석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원래 소방법상으로는 분말소화기도 리튬 소화설비로 적합하다고 돼 있긴 하지만 3만5천개 이상 배터리를 잔뜩 쌓아둔 상황에서는 불을 끄지 못한다. 바로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