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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으로 인천 해상을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의 내비게이션이 한때 오작동을 반복하는 등 불편을 겪은 가운데 3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행 여객선이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으로 인천 해상을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의 내비게이션이 한때 오작동을 반복하는 등 불편을 겪은 가운데 3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행 여객선이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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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에스(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만 먹통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안개까지 끼었어 봐요. 까딱하면 북한까지 넘어가 버려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정희 연평도 주민자치회장의 목소리는 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톤이었다. 그는 30일 오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말로 큰일 터질 뻔 했다. 새벽 4시반에 출항할 때는 지피에스에 문제가 없었는데, 어구 설치해둔 장소에 도착할 때쯤 지피에스가 먹통이 돼버렸다. 그때가 아침 8시반이었다. 맨눈으로 어구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서 섬으로 들어온 배 한 척도 항로를 못 찾아 한참을 고생하다가 겨우겨우 입항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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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9일에 이어 30일 아침에도 인천 앞바다 쪽으로 전파 교란 공격을 하면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어민들은 큰 혼란을 빚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오후 2시40분 기준으로 어선, 여객선, 항공기, 군용선박 등에서 700건이 넘는 지피에스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날 오전 7시50분쯤부터 서해 북단 도서 지역에서 교란 신호가 탐지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30분 정도 인천의 어선과 여객선에 설치된 지피에스가 ‘먹통’이 됐다. 북한은 전날에도 전파 교란 공격을 가해 인천 앞바다 등에서 오전 10시부터 1시간 정도 지피에스 오작동이 발생했다.

항공기나 여객선 등 대형 선박은 지피에스가 오작동해도 대체 항법 수단이 있지만, 연근해 어선 같은 소규모 선박은 운항을 전적으로 지피에스에 의존한다. 지피에스 오작동 때 어선들 피해가 큰 이유다. 김 회장은 “육지에서는 지금 내 위치를 몰라도 주변 지형과 건물들을 보면서 방향을 찾아갈 수 있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장태헌 백령도 선주협회장도 “항로 같은 것은 주변의 섬을 보면서 대략 찾아갈 수 있다. 문제는 어구다. 백령도에서 어선 1척이 어구 설치해둔 곳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다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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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해경 함정 일부도 지피에스 교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전파 교란의 영향은 있었지만, 해경 선박은 지피에스에만 의존해 운항하지 않아 임무 수행에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