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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도 꽃같이 돌아왔으면’…꿀벌 집단 실종에 양봉농가 시름

등록 :2022-05-24 08:59수정 :2022-05-24 09:27

이상기온에 사라진 꿀벌…‘봉군’ 회복 어려워
일부 지자체, 피해 지원…농가, 정부 지원 절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서 양봉장을 운영하는 이상익씨가 지난겨울 월동에 들어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 비어 있는 양봉장을 가리키고 있다. 월동한 벌통 120개 가운데 76개에서 벌이 사라졌다. 이정하 기자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서 양봉장을 운영하는 이상익씨가 지난겨울 월동에 들어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 비어 있는 양봉장을 가리키고 있다. 월동한 벌통 120개 가운데 76개에서 벌이 사라졌다. 이정하 기자

‘윙~윙~’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리 저수지 인근 산자락에 다다르자 아카시아가 밀집한 공터 한가운데 벌통이 줄지어 있었다. 양봉업을 하는 이상익(70)씨는 “한창 아카시아꿀을 수확할 시기이지만, 올해 벌꿀 생산은 글렀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겨울 월동에 들어갈 무렵 120개에 이르는 벌통에서 겨울잠을 자야 할 꿀벌이 모두 사라졌다. 여느 때 벌통 한개당 꿀벌 약 1만5천마리가 사는데, 벌통 76개에서 꿀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114만마리가 실종된 셈이다. 양봉장 한편에 있는 창고에는 빈 벌통이 가득 쌓여 있었다.

남은 벌통에서도 폐사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 현재는 36통만 남았다. 벌통 한개당 대략 30만원에 거래되는 점을 염두에 두면, 손실 규모는 약 2280만원이다. 연간 벌꿀 수확량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5천만원에 이른다. 이씨는 “벌통 안에서 폐사한 흔적이 없었다. 날씨가 따듯해서 월동에서 일찍 깬 벌들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 같다며 “40여년 양봉업을 해왔지만, 병충해가 아닌 자연적으로 집단 실종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꿀벌 가축재해보험에도 가입했지만, 병충해가 아닌 자연 실종에 따른 피해는 보상받지 못한다.

이상익씨의 양봉장 한편에 있는 창고에 빈 벌통이 가득 쌓여 있다. 이정하 기자
이상익씨의 양봉장 한편에 있는 창고에 빈 벌통이 가득 쌓여 있다. 이정하 기자

이씨는 전국의 꽃 군락지를 찾아 이동 양봉을 해왔다.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꿀벌을 사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이씨뿐만 아니라 인근 용인 지역 88개 양봉농가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양봉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올봄 전국적으로 4173곳 양봉농가에서 약 40만개의 벌통이 피해를 입었다. 양봉농가는 무너진 ‘봉군'(꿀벌이 무리 지어 활동하는 공동체) 복구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개체수 회복은 역부족이다.

윤진용 용인시양봉연구회 회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온 등으로 소실되거나 폐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꿀벌 집단 실종 사태는 양봉농가는 물론 벌을 매개로 수정을 하는 과일, 채소류 등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피해 대책 및 보상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근 여주시는 170여 양봉농가 가운데 144개 농가에서 피해가 확인됨에 따라 예비비 중 3억원을 떼어 종벌 및 설탕 구매비를 지원했다. 전남과 충남, 제주, 경남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꿀벌 구매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꿀벌 집단 소실과 폐사 원인으로 지난해 봄철 이상 기상에 따른 꿀벌 활동 부족, 월동기 조기 개화로 꿀벌의 이른 채집 활동, 꿀벌 해충(응애) 방제를 위한 약제 저항성 등을 꼽는다. 농진청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해 오는 10월까지 추적 조사를 진행한다. 최용수 연구관(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은 “보통 월동기가 지나면 자연 폐사 등으로 꿀벌 개체수가 10%가량 준다”며 “이번처럼 집단 소실 사례는 처음으로, 그 원인을 찾고 양봉산업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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