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의 경복궁 서쪽 마을인 서촌은 우리나라의 전통 주택 양식인 한옥이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며 ‘뜬 동네’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한옥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를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서울의 홍대 앞이나 강남 가로수길과 다를 바 없는 번화가로 여기고 있을까?
전주 한옥마을 ‘블로그’ 글 분석경험의 변화 보여준 논문 눈길10여년전엔 한옥·성당 등 언급올핸 커피·카페…5배이상 급증젠트리피케이션 본격화한 작년한옥마을 인식 급격하게 변화서촌도 2010년이후 동네 뜨며결국 ‘커피’ ‘맛집’이 키워드로
김승범 단국대 연구교수(건축학)가 최근 발표한 논문 ‘전주 한옥마을 방문자들의 경험 변화에 관한 블로그 텍스트 분석’(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과 ‘서촌 방문자들의 경험 변화에 관한 블로그 텍스트 분석’(대한건축학회)을 보면, 답은 후자에 가까운 듯하다. 이 동네들이 뜨는 와중에 전통문화 요소들은 하나둘 대중의 인식 밖으로 멀어져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두 논문은 블로그 글이 특정 장소에 대한 경험을 반영하는 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전주 한옥마을’과 ‘서촌’에 관한 포털사이트(네이버·다음) 블로그를 수집해 분석했다. 특정 형태소가 등장한 횟수를 그해에 등장한 모든 형태소들의 횟수로 나눠 백분율로 산출한 상대빈도를 주로 활용했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2003~2007년(블로그 수가 많지 않았던 때여서 5년간을 하나로 묶음)과 올해(3월 말 기준)를 비교해보니, 상대빈도가 5배 이상 급증한 형태소는 대부분 먹고 마시는 행위에 관련된 것이었다. 특히 ‘커피’와 ‘카페’는 각각 7.3배, 4.9배로 늘었다. 반면 2011년까지 매우 자주 언급되던 ‘한옥’, ‘성당(전동성당)’, ‘경기전’의 비율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성당’과 ‘경기전’은 지난해에 ‘치즈’와 ‘만두’보다 낮은 비율로 언급됐다.

한옥마을에 대한 인식은 특히 지난해 급격하게 변화했다. 동네가 뜨면서 가게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살던 사람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본격화한 때다. 빈도가 높은 상위 250개의 말을 살펴보니, 지난해 ‘치즈·아이스크림·먹거리·크림·꼬치·초코파이·새우·맥주·추러스(추로스)·수제·딸기·먹방·소스·문꼬치·달다·문어·순대’가 추가된 반면, ‘향교·솜씨·태조·풍경·둘러보다·혼자·걷다·교동·어진·조선·축제·한지·지역·돌아다니다’는 빠졌다.
“전주 초코파이도 살 겸 전주 한옥마을로 놀러갔는데, 이날 먹방투어를 했답니다. 진짜 제대로 먹었네요.” 올해 작성된 한 블로그의 글이 이런 식이라면, 2007년 작성된 다른 블로그 글에는 “한옥마을 초입 태조로에 서 있는 전동성당은 명동성당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역사나 규모 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문장이 담겨 대조적이다.
서촌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결국 ‘맛있다’로 귀결됐다. 2009년을 기준으로 상대빈도가 얼마나 늘었는지 조사해보니, ‘커피’는 2011년 8.1배, 2012년 12.7배로 급증했다. ‘맛있다’와 ‘맛’ 역시 올해 각각 11.3배와 10배로 크게 늘었다. 특히 2009년 ‘맛있다’와 ‘맛’의 상대빈도는 5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지만, 올 들어 12위와 1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러 서촌을 찾는 행위는 2010년께 서촌이 주목받은 이후 형성된 문화라는 의미다.
김승범 교수는 “지역이 지닌 특색과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방문객들의 욕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주 한옥마을은 무엇인가 경험을 하고 돌아가야만 하는 방문객들을 수용하기엔 이미 포화돼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길거리음식 쪽이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 같다. 인접한 동네의 동반성장을 통해 방문객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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