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기다렸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36)씨가 소장을 들고 법원 문에 처음 들어선 때는 2005년 3월이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2010년 7월, 또 올해 2월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로서 현대차의 업무 감독 아래 2년 이상 근무한 최씨는 불법 파견 노동자인 만큼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 봐야 한다’며 두 차례나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최씨가 천의봉(31)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장과 함께, 지난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근처 154㎸ 고압 전류가 흐르는 50m 송전 철탑에 올랐다. 31일로 보름째 땅에 내려서지 않고 있다. 해만 지면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에 비바람을 맞아가며 침낭과 방한복에 의지해 ‘죽기 살기로’ 버티며 이들이 내거는 요구는 간단하다. ‘현대차는 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불법 파견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내하청 노동자 8000여명 가운데 2015년까지 3000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안을 밀어붙이려 한다. 불법 파견 책임을 회피하면서 일부에게 신규 채용이란 ‘당근’을 내놓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꼼수”라는 비정규직지회 쪽의 반발만 키우고 있다.
도대체 대법원 판결을 두 차례나 받고도 복직되지 않는 세상이란 무엇인지, 철탑 농성 노동자들은 몸을 던져 묻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5일 18대 대선 후보들에게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한 견해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몇몇 대선 후보들이 농성 현장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기다리는 답은 아직 없다.
고공농성중인 최씨는 “대선 후보들이 당선 뒤 비정규직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하기에 앞서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직무유기를 추궁하고 정몽구 회장의 형사처벌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이 현대차 사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지금은 현대차에서만 갈등이 도드라지고 있지만, 불법파견 문제는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은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하지만 근로계약은 하청회사와 맺는 ‘전근대적 고용형태’인 간접고용(파견·도급)이 모든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00인 이상 대기업 가운데 41.2%가 현대차처럼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등에서 차별도 심하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비정규직 대책을 말하고 있지만, 진정성을 보이려면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의 중심에 비정규직이 있고,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바로미터에 해당한다”며 “재벌에 의해, 그것도 불법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비정규직을 외면한다면 경제민주화란 헛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상수(32) 비정규직지회 사무차장은 “법이 약자에게만 강요되고 기업이나 힘 있는 자라고 해서 비켜가는 일이, 새 대통령이 집권할 내년 이후에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대통령 후보들은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울산/신동명 기자, 김소연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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