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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뚜 대표(왼쪽 셋째)를 비롯해 파주 미얀마 공동체 회원들이 3월1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무장지대(DMZ) 순례 대장정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다.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제공
미모뚜 대표(왼쪽 셋째)를 비롯해 파주 미얀마 공동체 회원들이 3월1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무장지대(DMZ) 순례 대장정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다.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제공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 있는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은 주말을 맞아 센터를 찾은 이주민들로 북적였다. 각자 제 나라말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들은 3층 공부방에서 열리는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센터를 찾은 수강생들이었다.

파주 샬롬의집도 여느 이주민센터처럼 한국어, 미얀마어, 싱할라어, 크메르어 등 다양한 나라 언어가 쉴 새 없이 뒤섞인다. 하지만 특별한 게 있다. 각 나라별로 꾸려진 공동체들이 움직인다. 이날도 오후 3시 미얀마 공동체 회의가 있었는데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생각보다 몰려 더 넓은 회의 공간을 찾느라 분주했다. 미얀마 공동체 대표 미모뚜(46)는 “2022년 12월 3명이 시작한 모임이 벌써 30명 규모로 커졌다”고 했다.

파주 미얀마 공동체는 결혼이주여성 출신 미모뚜 대표를 제외하면 주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온 20~30대 남성 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다. 보통 이주노동자는 센터에서 노동 상담과 한국어 교육을 받는 게 전부지만 파주 미얀마 공동체는 다르다. 이날도 주로 군부 쿠데타로 고통받는 미얀마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스스로 한국과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빠뜨리지 않는다. 지역, 민주주의, 소통, 평화 등 이 공동체가 테이블에 올리는 주제엔 경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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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미얀마 공동체 대표 미모뚜(가운데)와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12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준희 기자
파주 미얀마 공동체 대표 미모뚜(가운데)와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12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준희 기자

토론만이 아니다. 행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4월엔 이태원 참사 추모 걷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무장지대(DMZ) 순례 대장정에 함께했다. 미모뚜 대표는 파주 미얀마 공동체에 대해 “단순히 돈만 벌고 돌아가는 이방인이 아니라 동등한 지역사회 주민으로서 미얀마와 한국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존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을 한국에 알리고, 한국에서 미얀마인을 돕는 활동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지난 2월에는 파주 시민들과 함께 모금으로 500만원을 마련해 타이에 있는 미얀마 난민촌도 방문했다. 오는 24일에는 난민촌 방문 보고회를 열고 향후 활동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미모뚜는 “한국에도 과거에 비슷한 아픔(군부 쿠데타)이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알리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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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미얀마까지 이들에겐 다르지 않다. 임경란 파주 샬롬의집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어떻게 이런 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들을 많이 보인다”며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이주민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파주 샬롬의집에서 사역하는 김현호 성공회 신부는 “공동체 안에서 공존의 문화를 만들고, 그 공동체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지역사회는 그것을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파주 미얀마 공동체 회원들이 12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파주 미얀마 공동체 회원들이 12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미모뚜 대표는 미얀마에서 여행 매니저로 일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사회문제에 참여한 경험도 없다. 2009년에 한국에 오고 그는 달라졌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활동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저 막연하게 “한국에서 미얀마를 위해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은 채로 사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2021년 샬롬의집에서 연락이 왔고, 통역을 시작했다. “우리 센터는 이주민이 주체가 되는 곳”(임 사무국장)이라는 철학이 담긴 샬롬의집에서 잠들어 있던 그의 열정이 깨어났다. 그리고 2022년 파주에서 미얀마를 위한 촛불을 들었다. “모이니 얘길 하게 되고 함께 움직였고, 촛불이 미얀마 공동체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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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겪은 성장 경로를 미얀마 이주노동자들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미모뚜는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활동을 하고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 안에서 뭔가 배워 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저도 한국인들과 미얀마인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파주 샬롬의집에는 미얀마 외에도 스리랑카, 캄보디아, 타이 공동체 등이 있다. 사실 미얀마 공동체는 오히려 신생 공동체다. 다른 공동체들도 미얀마 공동체처럼 이주노동자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구성원들의 성격에 변화가 생겼다. 임 사무국장은 “스리랑카 공동체를 보면 과거 홀로 지내는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가족을 이루고 한국에 정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해온 노력 덕분이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에서 장서위원으로 활동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9일 도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이루, 간가혜, 김은영 사서, 니카미 유리에, 이즈카 사야카. 이준희 기자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에서 장서위원으로 활동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9일 도서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이루, 간가혜, 김은영 사서, 니카미 유리에, 이즈카 사야카. 이준희 기자

세월의 더께가 쌓이는 동안 자신들의 공동체를 넘어 파주 곳곳에 스며든 이주민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금촌동에 있는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처럼 이주노동자센터가 공공도서관과 연계한 사업에 참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도서관은 이주민 특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결혼이주여성 등 이주민 11명이 장서위원을 맡아 활동한다. 그 과정에서 도서관은 파주시 가족센터, 샬롬의집 등과 협력한다. 미얀마 공동체 미모뚜 대표 역시 이곳에서 장서위원으로 활동했다. 김은영 금촌무지개작은도서관 사서(느티나무재단)는 “네트워크가 돌아가면서 장서위원들이 마을의 중추가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일본 출신 니카미 유리에(37)도 도서관 장서위원이다. 동시에 교하동 협동조합 서점 쩜오책방 조합원이다. 그는 최근 파주 마을 합창단 파노라마 단원으로 두 딸과 함께 세월호 추모 합창에 참여했다. 니카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방인이라는 시선도 받았지만 공동체 활동 속에서 내가 파주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지역도서관이란 공공의 영역이 삶의 또 다른 기회가 된 경우도 있다. 대만에서 온 전이루(44)는 도서관 활동 경험으로 사서 자격증까지 취득해 정식 사서가 됐다. 전이루는 “한국인이든 이주민이든 꿈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 부분을 서로 공감한다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서위원으로 활동하는 일본 출신 이즈카 사야카(45)는 최근 아동용 동화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 사람들과 이어지면서 한국인들과의 소통하는 기쁨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며 “사람과 사람이 온전한 유대를 느낄 수 있도록 책을 쓰고 여러 청중 앞에서 낭독도 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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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주를 찾았을 때 막연하게나마 ‘함께 살고 싶다’는 각각의 바람은 이미 일상 속에서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대만에서 온 간가혜(36)는 “원래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걸 두려워하고 거부하기 마련이지 않나. 하지만 이방인을 향한 그런 감정은 싫다기보단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주민에게 각자를 소개할 수 있는 다정한 틈새를 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문화도서관’이라는 이야기에 “처음엔 외국인만 오는 곳인 줄 알았다”던 사람들도 어느덧 이주민과 함께 책과 삶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된 금촌무지개도서관이 그랬듯이.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